요 며칠새 성큼 가을이 짙어졌다. 설악의 단풍 소식이 전해진게 불과 며칠 전인데 어느새 노랗게 물든 가로수 은행잎이 살랑 바람에도 우수수 쏟아진다. 그것을 쓸어 모으느라 청소원들 손길도 바빠지겠다. 하긴 요즘의 조락이 은행잎만은 아니어서 그처럼 울창하던 공원길 플라타너스도 짙게 물든 잎들이 겨우겨우 매달려 지탱하고 있다.

 그러고 보니 오늘이 입동이다. 입동은 양력으로 11월8일경-봄의 절기를 입춘이라 하듯 이날부터 겨울이 시작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서양의 겨울이 12, 1, 2월의 3개월을 이른다면 동양의 겨울은 입동이후 3개월 즉 음력으로 시월 동지 섣달이다. 그래서 전형적인 가을날씨가 계속되다가도 이때쯤이면 영락없이 추위를 한다. 맑고 푸근하던 날씨가 갑자기 찌푸리고 먹구름에 빗줄기가 흩날리다 보면 기온은 곤두박질 수은주는 영하로 내려가고 첫얼음을 얼린다. 이런때 천둥 번개를 동반하는 경우도 있어서 예전 왕실에서는 어떤 불길한 조짐이라도 아닐까 해서 수선스러웠었다.

 입동때가 되면 옛날 중국에서는 임금이 신하를 거느리고 겨울을 맞으러 북교로 나갔다. 그리고는 제단에 올라 칙령을 내렸다. 봄 여름 농사하느라 들판의 오두막에 기거하던 백성들을 향해서였다.

 『지금은 하늘의 양기가 위로 올라가고 땅의 음기가 아래로 내려가 천지가 서로 통하지 않고 폐쇄되어 겨울철이 되었으니 모두들 마을로 돌아가라.』

 그런가하면 옛날 중국사람들은 입동후 5일씩 3후로 정하여 ①물이 비로소 얼고 ②땅이 얼어붙으며 ③꿩이 드물어지고 조개가 잡히기 시작한다고 했다. 땅이 얼어붙는 현상은 중국 내륙에서나 있을뿐 우리나라에서는 살얼음이 잡힐 정도이다.

 화창한 날씨가 며칠째 계속되는데 예보로는 금주중 몇차례 날씨가 궂어지리라니 추위도 따르리라. 한두번 추워지면 길고 지루한 겨울이 자리잡고 도시도 들녘도 얼어붙게 된다. 그러나 사람들의 마음까지 얼릴 수는 없다. 건강한 겨울을 맞아야 한다. 『겨울이 우리에게 묻는 날이 있으리라. 여름에 무엇을 했느냐고』 〈체코 속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