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해양경찰서 백호현 경사
어민들에게 '고기 잡는 법'(?)을 가르친 인천해양경찰서 백호현(45·사진) 경사의 얘기가 화제다.

인천해경 장봉출장소 소장이었던 그가 가르친 제자 25명 중 24명이 최근 실시된 소형선박 조종사 면허 시험에 붙은 것이다.

합격률 96%. 족집게가 따로 없다.

시험을 친 이 섬 주민들이 거의 다 붙었다고 만만히 볼 시험이 아니다.

응시자들의 평균 합격률은 60% 정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수십 년 배를 몰았지만 그걸 필기 시험을 봐야 하는 상황에 난감해 했던 장봉 어민들의 처지와 이를 이해하고 돕기 위해 나선 백 경사의 노력이 이 높은 합격률을 만들어냈다고.

어민들의 사정을 알게 된 백 경사가 면허시험 수업을 시작한 건 작년 12월쯤.

제일 큰 관건은 문제를 읽고 답을 적어내는 일 보다도 시험지를 받아든다는 상황 자체를 더 어색해하고 어려워했던 순박한 섬 사람들의 부담을 덜어주는 일이었다.

주민들이 어떻게 하면 시험 자체에 대한 부담을 덜고 문제를 좀더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느냐가 강의의 초점이었다는 게 백 경사의 설명이다.

직접 기출문제들을 구해 문제 유형을 분석한 그는 다 알고 있는 내용인데도 도통 알 수 없는 용어로 쓰여진 문제를 푸는 게 쉽잖았던 제자들이 문제와 답에 '익숙해지게' 하는 데 힘썼다.

시험일엔 아침 일찍 시험장 앞에서 제자들에게 응시자용 사인펜을 나눠주면 긴장감을 풀어준 그에게 형님뻘 제자들은 최고의 합격률로 보답을 해왔다.

아쉽게도 백 경사는 합격자 발표 며칠 뒤 인사발령에 따라 장봉파출소에서 본서 정보계로 근무지를 옮겼지만, 고맙다며 자신의 손을 잡던 주민들의 눈을 잊을 수 없다며 "잊지못할 보람있는 일을 했다"고 말했다.

소형선박 조종사 면허는 5톤 미만의 어선이나 낚싯배를 모는 데 필요한 면허다.

지금까지는 면허가 없어도 작은 배의 운항이 가능했지만 오는 10월부터는 반드시 면허가 있어야만 배를 몰 수 있도록 제도가 변경된다.

어민들에게 고기를 잡는 법을 가르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송영휘기자 blog.itimes.co.kr/ywsong2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