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미술박람회는 누구를 위한 잔치인가.」

 「주최자? 작가? 기획자? 아니면 이들 모두의 개인적 영리와 명예를 위한 것인가.」

 1년이 넘는 오랜 준비끝에 지난 23일 인천종합문예회관 전시실 전관(신세계갤러리에서는 연계행사로 1백만원 미만전을 11월7일까지 개최)에서 막을 올린 인천미술박람회 1주일여를 지켜보며 가진 의문이다.

 우리는 쉽게 말한다. 인천에 문화가 없다고. 그러면서 당연하다는 듯 서울을 동경하고, 다른 지방도시의 문화토양이 어떻고 어느 행사가 성공을 거두었더라며 부러운 눈길을 보낸다.

 이 시점에서 조용히 생각해보자.

 광주 비엔날레가, 부산 국제영화제가, 부천 판타스틱영화제가, 이천 도자기축제가 주최자와 참여작가, 기획자의 능력과 호흡만으로 성공을 거두었던 것일까. 지역에 뿌리내리고 사는 사람들 하나하나가 관심을 갖고 참여하지 않았다면 일회성 행사로 끝났을지도 모른다.

 시작을 누가 했든 적어도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의 행사에 애정을 보이는 최소한의 시민의식은 있어야 한다. 그리고나서 행사가 형편없다고 가혹한 비판을 가하거나, 칭찬과 격려로 행사가 맥을 이을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미술박람회는 단순한 작품 전시회와는 그 성격이 다르다. 미술작품 감상 뿐 아니라 작품판매와 구매가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한마디로 미술유통의 장이라 할 수 있다.

 인천에서 우리와 함께 호흡하며 사는, 인천이 낳은 미술인들이 고뇌속에서 탄생시킨 창작품을 소장할 수 있는, 그래서 그들에게 용기를 불어넣어 줄 수 있는 아주 뜻깊은 자리다.

 일각에서는 단지 작가들의 작품을 많이 팔아보겠다는 것 아니냐고 반문할 지도 모른다.

 그러나 작가와 시민의 거래는 결코 거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열악하다는 인천의 미술작품 유통 시장이 활성화되는 토대가 되는 것이요, 이에 고무된 작가들이 더 힘을 얻어 인천이라는 이름을 빛낼 국내외 유명작가로 클 계기를 마련해주는 것이요, 인천도 그 이름에 걸맞는 문화예술 행사를 펼치고 잘 이끌어나갈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다.

 우리의 작은 관심과 참여가 모여 이렇게 상상할 수 없는 큰 영향력을 발휘하게 된다는 가정은 결코 과장된 것이 아니다.

 작품당 가격은 적게는 수십만원에서 수백만원에 이른다. 옷 한벌, 저녁 회식 한번에 이 정도 돈을 아낌없이 쓸 수 있는 이들도 작품 한 점을 사는데는 인색하다.

 하지만 고향풍경과 닮은 작은 유화 한점이 10년 20년 오래도록 푸근함을 주고, 조각품 한점이 세월의 흔적을 남기며 나와 삶을 함께 한다고 사고의 폭을 넓혀보자. 목돈으로는 커보이는 그 돈이 월 몇만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아주 미미한 액수일 뿐이다.

 중구, 동구, 남동구…. 내가 사는 지역의 명물이 담긴 세련된 판화작품, 보고만 있어도 가족·고향의 따뜻함과 아이들의 순수함이 느껴지는 테라코타 작품, 명상의 세계로 이끄는 동양화, 색의 마술에 빨려들것만 같은 유화와 수채화, 장중함이 느껴지는 조각품….

 박람회장은 빛나는 보석들로 가득차 있다.

 인천의 문화예술을 활성화시켜보겠다고 사재를 털어넣으며 분주하게 행사를 준비해온 한 문화기획자의 이름을 굳이 거론하고 싶지는 않다. 박람회는 그 개인의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 모두가 즐겨야 할 우리의 잔치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