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방학이 끝나고 대부분의 학교는 많은 선생님들의 정년 퇴임식을 가졌다. 교육계에 분 구조조정의 여파로 정년이 단축되고, 그 결과가 유례없이 많은 선생님들의 퇴임으로 이어진 것이다. 우리 아이들이 다니는 초등학교도 예외는 아니어서 한꺼번에 6명의 선생님이 교단을 떠나셨다.

 조촐하게 진행되는 퇴임식을 보면서, 사회에서 수고하신 분들은 자손과 친지들의 축복 가운데 그 하던 일에서 조용히 일손을 놓을 수 있는 기회가 있지만, 과연 주부에게도 그런 기회가 있던가를 생각해 보았다. 결혼과 함께 아내가 되고, 아이들의 어미가 되고, 후에 그 아이들의 아이의 보모 노릇까지 해야 하는 경우가 할머니와 어머니를 포함한 요즘의 여성들에겐 낯선 과정이 아니다. 또 여러 방송 매체들은 가끔 주부 노동의 가치를 금액으로 환산해 전하기도 하고, 주부도 전문직이란 의미에서 전업 주부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전문가 집단인 주부들 가운데 1년의 단 하루만이라도 가족과 집안의 모든 잡사에서 벗어나 혼자만의 휴가를 가질 수 있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한 가정의 안 주인이 평생의 일터이던 자리에서 가장 가까운 이들에게 위로 받을 수 있는 정년이 있었으면 좋겠다. 물론, 가정 주부가 정년이라고 일손을 놓는다면 그것은 곧 삶의 마감을 의미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을 계기로 젊어서 하고 싶어도 못했던 일을 할 수 있는 또 한번의 기회가 주어진다면 평생 봉사직인 일에 주는 참 좋은 상이 될 것 같다. 퇴임식은 온 가족이 함께 하는 감사와 위로의 자리이면 더욱 좋겠다.

〈장숙경·인천 여성의 전화 자원 활동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