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마기행
기산저수지·송추계곡 나들이 코스
천문대 등 이색 문화공간 눈길 끌어


며칠 전만 해도 늦겨울 눈에 산봉우리가 희끗희끗했지만 어느새 봄기운이 완연하다. 추위도 한풀 꺾이고 양지엔 파릇한 새싹이 움트기 시작한다.
이럴 땐 계절의 변이를 느낄 수 있는 여행을 계획하는 것도 일상에 활력소가 된다.
눈이 시리도록 맑은 햇살과 자연의 싱그러움이 익어가는 계절, 국내 제일의 테마관광지인 장흥의 유혹이 짙어진다.
서울에서 1시간 거리에 있는 장흥관광지는 자연경관이 뛰어날 뿐만 아니라 장흥아트파크와 송암천문대, 자동차 극장 등 문화공간이 살아 숨 쉰다. 90년대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로 각광을 받던 장흥의 가 볼만한 곳을 살펴본다.

▲국민관광지, 장흥유원지
서울에서 349번 국도로 따라 1시간 가량을 달리다 보면 어느새 강원도 두메산골과 흡사한 장흥관광지 입구에 닿는다.
석현천을 따라 펼쳐진 장흥관광지에는 봄바람과 함께 전통의 향기에 젖어볼 만한 곳이 많다. 입구에서 왼쪽으로 난 푸른 샛길을 따라 들어가 보면 자갈길이던 길이 이내 기찻길로 바뀐다. 한쪽 철로에 올라서 뒤뚱뒤뚱 중심을 잡으며 걷다보면 싱그러운 풀들로 가득한 공원을 만난다. 바로 청암민속박물관이다.
이곳을 '박물관'이라 하지 않고 '공원'이라고 하는 것은 박물관, 미술관, 야생식물원 등이 오밀조밀 자리한 아담한 테마공원이기 때문이다. 이곳에는 손때 가득한 작은 소쿠리부터 고소한 냄새가 아직도 살아있는 듯한 돌절구까지 5천여 점에 달하는 민속품들이 빼곡하게 정리돼 있다.
또 교실, 안방, 길거리 등 테마별로 밀랍인형을 이용해 그리운 옛 시절을 재현해 놓아 방문객들에게 한결 친근함을 느끼게 한다.
특히 발아래를 유심히 보며 걷다 보면 돌의자와 담벽 사이로 전시된 120여종의 예쁜 소나무 분재를 친절한 설명과 함께 감상할 수 있어 더욱 좋다. 아이들에게는 뛰어놀기 좋은 푹신한 잔디며 시원한 물레방아에서 튕겨져 나오는 물방울을 맞는 것이 가장 큰 선물일 것 같다.

▲복합예술공간, 장흥아트파크
장흥 입구에서 청암민속박물관을 지나 좌측으로 자리한 장흥아트파크는 국내 최초의 복합문화공간이다. 장흥아트파크는 80년대 후반 장흥의 상징이었던 토탈 야외미술관이 2006년 리노베이션 된 것. 아마도 그때의 기억을 간직하고 있을 3, 40대에게는 추억의 명소일 것이다.
6개의 전시장으로 구성된 미술관에는 앤디 워홀, 리히슈타인, 백남준 등 국내외 거장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상설전시회와 함께 '작가-관객-미술관' 사이의 열린 구조를 지향하는 기획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또 '예술-자연-인간'의 조화로운 공생을 체험할 수 있는 조각공원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 창작과 전시공간인 아틀리에와 야외공연장도 눈에 띈다.
특히 낭만적으로 보이는 따뜻한 정경으로 많은 드라마나 영화의 촬영지이기도 한 야외 카페에서는 간단한 차와 함께 한낮의 여유를 즐기는 운치도 누릴 수 있다.

▲별천지, 송암천문대
장흥아트파크를 지나 좌측으로 난 길을 따라 가다 보면 국내 최대 민간 천문테마파크인 송암천문대를 만날 수 있다.
계명산(해발 440m) 형제봉에 위치해 있어 수려한 자연경관을 자랑하며 1박2일 코스로도 프로그램이 운영돼 자연과 함께 별을 즐기기에 손색이 없다.
사설 천문대에서는 접하기 힘든 60㎝ 리치-크레티앙 방식의 반사망원경이 설치돼 있어 밤하늘의 별과 달은 물론 서울 근교의 야경도 만끽할 수 있다.
송암천문대의 또다른 자랑은 미국 챌린저 재단에서 만든 우주과학 교육프로그램이다. 최첨단 시뮬레이터 그래픽을 통해 주어진 임무를 해결하면서 우주여행을 즐길 수 있는 국내 유일의 시설이다.
특히 돔형 극장으로 100여 명이 동시에 관람할 수 있는 디지털 플라네타리움에는 지름 15m의 돔 스크린이 설치돼 밤하늘을 보고 있는 것과 같은 착각을 불러 일으킨다.
이밖에도 야광 별자리판 만들기, 쿠키와 피자 만들기, 옥수수·감자·고구마 구워먹기, 캠프파이어 등 다양한 이벤트가 마련돼 있다.

▲영화사랑, 자동차극장
장흥아트파크 건너편에는 장흥 영화사랑이라는 자동차전용 극장이 있다. 연중무휴이며 눈비가 와도 상영한다.
오후 7시부터 하루 3회 상영하며 현재 김윤석, 하정우 주연의 <추격자>가 절찬 상영 중이다. 이곳의 입장료는 인원수가 아닌 차량 한 대 기준으로 1만5천원을 받고 있어 친구나 커플끼리 왔을 때는 남는 장사라 할 수 있겠다.
이곳은 차량 오디오의 FM 주파수에 맞춰 음향을 청취하며 극장 내 스피커로도 제공된다.
시내 극장가의 훌륭한 사운드와 선명한 영상과 비교할 수는 없겠지만 자동차 극장 나름대로의 운치가 있어 경험하지 못한 사람들은 한번쯤은 즐겨도 좋을 듯하다.

▲역사가 숨쉬는, 권율 장군 묘
장흥관광지 내에 있는 밤나무 숲 공원은 밤나무가 즐비하게 서 있으며 돌고개와 백석고개에서 흘러 내려오는 천(川)이 반듯하게 정리돼 있다. 밤나무 사이로 벤치와 다양한 조소 작품이 자리해 산책을 하며 미술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이곳은 가스렌지를 이용한 취사가 가능해 가족 단위의 야외 소풍 장소로 적합하다. 구름다리를 건너 좌우측으로 난 산책로를 따라 최상단에 가면 권율 장군 묘를 찾아볼 수 있다. 행주대첩으로 유명한 권율 장군과 그의 부인 창녕 조씨와 죽산 박씨의 묘가 있다. 무덤가에서 망자의 넋을 기리며 온화한 미소로 마주 보고 있는 모습을 보는 것도 흥미로운 일이다.

▲석양과 함께, 기산저수지
장흥관광지 계곡을 거슬러 올라 말머리 고개를 넘으면 눈앞에 시원스레 기산저수지가 그림같이 펼쳐진다.
기산저수지의 산속의 아름다운 풍경은 관광객들의 마음을 빼앗기 충분하다. 호수를 따라 자리 잡은 전망 좋은 카페에서 석양을 바라보며 차 한 잔의 여유를 즐기는 것도 좋을 듯싶다.
또 저수지 일대에 찜갈비, 샤부샤부, 육회, 탕, 수육 등 한우를 주재료로 한우마을이 조성돼 있어 초음파 검사를 거쳐 엄선된 고품질의 양주골 한우를 만날 수 있다.
특히 이곳엔 양주골 한우박물관과 공원, 산책로, 각종 편의시설 등이 있어 수도권 웰빙 나들이 코스로도 손색이 없다.

▲젊음의 상징, 송추·일영 계곡
장흥관광지 주변에는 빼놓을 수 없는 명소로 손꼽히는 송추계곡과 일영계곡이 있다.
북한산 자락을 타고 자연스레 만들어진 송추유원지는 4㎞의 아름다운 계곡으로 이루어져 여름에 피서객은 물론 등산객도 부르고 있으며 낚시터, 놀이시설, 식당 등 각종 시설도 자리하고 있다.
또 한강의 제1지류 곡릉천을 따라 뻗은 일영유원지는 아름답고 시원한 곡릉천 계곡과 주변 야산을 배경으로 한 자연공원으로 산을 따라 밤나무와 활엽수림이 장관을 이루고 있다.
특히 이곳은 마치 강원도 영월의 동강을 떠올리게 해 대학생들의 MT와 가족나들이 장소로 인기를 끌고 있다.

/양주=임봉재기자 blog.itimes.co.kr/bansug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