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미르(Pamir)는 페르시아의 고어(古語)로 「평평한 지붕」이라는 뜻이다. 지도를 보면 아시아의 중앙부(인도와 파키스탄의 북부)에 새카맣게 우뚝 솟아있는 고원지대가 파미르고원(高原)이며 세계의 지붕(the Roof of the World)이라고 불리우고 있다.

 여기서부터 천산산맥, 곤륜산맥, 히말라야산맥, 힌두쿠시산맥과 카라코룸산맥 등이 사방으로 뻗어 있다. 평균높이는 해발 약 6,000m이며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은 산 K2(8,611m)와 무스타가타(7,646m·Muztagh Ata), 콘구루(7,719m·Kongur) 등 높은 산이 있다. 이들 산맥과 산맥 사이에는 끝없는 사막이나 암석이 겹겹이 쌓인 고원지대로 실크로드의 남부 루트는 이 파미르고원을 넘지 않으면 안 된다.

 당나라의 현장법사(玄캌法師)는 파미르고원에 관하여 그의 대당서역기(大唐西域記)에 「옛날에 만명이 넘는 상인, 수천의 낙타가 캐러밴(隊商)으로 왔으나, 눈과 바람에 사람과 낙타가 모두 목숨을 잃고…」라고 기록하였다. 현장은 628년에 장안(長安·지금의 서안)을 떠나 파미르고원을 넘어 인도에 갔다가 불경을 657부나 가지고 645년에 귀국했다.

 베네치아의 상인 마르코 폴로는 파미르고원에 관하여 그의 동방견문록(東方見聞錄)에 「말을 타고 12일간, 이 고원을 지나게 되었는데 그곳을 파미르라고 부른다. 12일동안 마을이나 오두막 한 채도 눈에 띄지 않고, 가도 가도 끝없는 길만 나 있는 사막과 같은 곳이어서 먹을 것을 구할 수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그곳을 통과하려는 여행자는 반드시 식량을 가져가야 한다. 높은 고도, 강추위, 그리고 먹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자연조건 때문에 그곳에는 새 한 마리도 살지 않는다. 더욱이 강추위 때문에 불이 밝게 타오르지 않고, 화력도 약해져 고기조차 잘 구워지지 않는다」고 기록하였다. 마르코 폴로는 1271년에 베네치아를 떠나 파미르고원도 넘어서 중국으로 갔다가 25년 뒤에야 고향으로 돌아왔다.

 위의 두 기록을 보면 파미르고원의 루트가 얼마나 험하고 옛날에도 얼마나 빈번하게 왕래가 있었는지 알 수 있다. 나는 이번 자동차를 타고 카라코룸 하이웨이를 달려 안전하고, 빠르고, 호텔에 묵어 가며 편안하게 파미르고원의 쿤제랍 패스(고개·해발 4,730m)를 두 번이나 넘었다. 심지어 용감한 서양 젊은이들은 오토바이, 자전거 또는 걸어서 파미르를 넘는 세상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