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데스크 칼럼 ▧
춘추전국시대 정(鄭)나라가 초(楚)나라의 침략을 받았다. 당시 강한 세력을 자랑하던 진(晉)나라는 11개국의 제후를 설득해 초나라를 규탄하면서 동맹을 맺어 응징하자고 선동했다. 결국 진나라를 중심으로 12개국은 정나라를 도와 승리를 거뒀다.

정나라는 진나라에 은혜를 갚기 위해 전차 등 수많은 병기, 악사 3명, 미인 16명을 보냈다. 진나라 왕 도공(悼公)은 이 사례품의 절반을, 싸움에서 큰 공을 세운 충신 위강(魏絳)에게 주면서 그의 공을 치하했다.

그런데 위강은 굳이 사양하면서 왕에게 간곡히 진언했다.

"폐하께서는 생활이 편안하면 위험을 생각하고, 생각하면 준비를 갖춰야 화를 면할 수 있다(居安思危 思則有備 有備無患)는 이치를 받아들이시기 바랍니다."

그러면서 위강은 세 차례나 극구 사양한 후에야 그 하사품을 받았다. 위기의식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거안사위(居安思危)란 사자성어는 이렇게 유래됐다고 한다.

거안사위는 세계적 천재이자 부자인 빌 게이츠(William H. Gates)의 경영철학을 통해서도 실현돼 왔다. 빌 게이츠는 "마이크로소프트는 파산까지 앞으로 18개월 밖에 남지 않았다고 생각하면서 위험에 대비하라"고 입버릇처럼 강조했다고 한다. 위기는 언제 어디서나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다만 위기에 대한 사전준비와 그 대처방식에 따라 개인이든 집단이든 '결과'는 전혀 딴판으로 나타날 수 있다. 결국 위기의식은 새로운 변화와 혁신을 이끄는 원동력이 된다.

지금 인천체육이 위기의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1981년 인천이 경기도로부터 분리돼 직할시로 승격된 이후 지난 27년 사이 요즘처럼 혹독한 시련의 터널을 지나 본 적은 없었다.

인천체육을 이끄는 인천시체육회는 지난해 인천시로부터 사상 최초의 지도점검을 받았다. 18건의 부적정 사례가 지적돼 신분상·재정상 조치를 받았다.

이어 경찰의 전격 압수수색이 실시됐다. 시체육회가 비리 혐의로 수사당국의 압수수색을 받은 것은 전국적으로도 사상 초유의 일이었다. 수개월 간의 경찰 수사를 통해 시체육회 회계관리의 허점과 일부 간부들의 공금 횡·유용 혐의 등이 드러나 사법적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인천시의회는 집행부가 올린 2008년도 인천체육 관련예산 가운데 무려 30여 억 원을 삭감하는 등 초강경책을 썼다.

"정치적 입김이 작용한 예산 삭감"이란 일각의 비판에도 불구, 시체육회의 변화를 촉구하기 위한 고육책이었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시체육회가 잇단 악재로 흔들리면서 인천체육은 깊은 겨울잠에 빠져들었다.

지난 22일 폐막된 제89회 전국동계체전 종합순위 11위의 초라한 성적표는 인천체육이 처한 현실을 보여주는 단면에 지나지 않는다.

50여 개 가맹경기단체마다 예산 부족으로 우수선수 영입, 강화훈련 등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아우성이다. 올해 인천에서 열 계획인 각종 전국대회와 국제대회의 준비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시청 운동경기부 신설 계획 등도 표류하고 있다.

급기야 시체육회장을 맡고 있는 안상수 인천시장은 며칠 전 시체육회 사무처장에 대해 직무정지를 명령하는 결단을 내렸다.

지난해 4월 2014년 아시아경기대회 유치에 성공하면서 환호하고 들떴던 인천체육의 일 년 전과 지금의 현실이 너무 딴판이다. 위기에 대비하지 않고 태만해 온 시체육회의 나태함이 스스로 자처한 측면이 강하다.

이명박 정부가 25일 오전 대통령 취임식을 갖고 공식 출범했다. 공교롭게도 같은 날 오전 숭의동 인천시체육회관 대회의실에선 '시체육회 투명성 제고를 위한 임직원 자정 결의대회'가 열렸다.

시체육회 이사, 가맹경기단체 임원, 사무처 직원들은 잘못된 관행을 철폐하고 자정 노력을 지속적으로 펼치겠다고 스스로 다짐했다. 부정행위 근절과 투명한 예산 공개 등도 270만 인천시민에게 약속했다.

한 원로체육인은 "인천체육이 무너지면 인천시민의 애향심과 단합이 무너지고 인천의 미래 발전도 기약할 수 없기에 이번 기회에 인천체육을 확실히 바로잡아야 한다"며 안타까운 심정을 표시했다.

인천체육이 지금의 혼란과 고난을 극복하려면 시체육회 스스로의 더 깊은 자기반성과 잘못에 대한 고백이 요구된다.

책임질 일은 마땅히 책임지고, 고칠 점은 과감히 개선해야 한다. 그래야만 위기를 기회로 반전시킬 수 있다. 시민들이 반기는 진정한 의미의 새 출발도 기약할 수 있다.
 
/윤관옥 체육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