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도 이러쿵저러쿵 세간에 말이 많고 검찰의 수사까지 시작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판매 금지 조치가 내리기 전에 서둘러 문제의 책을 구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이 없다는 격이었다. 매스컴을 타며 이런 식으로 독자를 우롱했을 또 다른 책들을 지금까지 구독하지 않은 것이 천만 다행이었다.

 긁어 부스럼을 만든다는 말처럼 창작의 자유에 법의 잣대를 들이댄 결과는 필자의 경우처럼 오히려 호기심을 자극시켰을 뿐이었다.

 약사라는 직업과 수필가라는 신분으로 건강 칼럼을 연재했고 건강수필집을 발간했던 필자 역시 가장 원초적인 본능인 성에 대해 집착하고 있다. 독자들의 반응이 가장 큰 내용은 뭐니뭐니 해도 SEX였고 그들의 궁금증을 충족시켜 주기 위해선 보다 더 전문적인 자료를 수집해야 했기 때문이다.

 신문 연재 소설을 비롯하여 지금까지 읽은 내용 중엔 「나도 때론 포르노그라피의 주인공이고 싶다」에 실린 내용보다 훨씬 자극적인 내용이 많았다. 그럼에도 굳이 서갑숙의 자전 에세이에 돌을 던지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녀가 여자이고 인기텔런트여서 일까?

 독자들 중엔 그녀보다 더 원색적인 성행위를 즐기고 수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의 엽색 행각을 일삼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녀의 언행에 동병상련을 느끼면서도 단지 입을 다물고 도덕군자 행세를 했을 뿐이다.

 소설에서 접하는 음란물과 서갑숙의 자전 에세이와는 가슴에 와 닿는 감동부터 차원이 다르다. 그녀의 용기 있는 독백은 자신의 과거를 거울삼아 독자들이 새로운 인생의 좌표를 그릴 수 있도록 마음의 문을 열어 주는 무언의 고해성사처럼 들린다.

 특히 문제삼은 「명기 만드는 법」은 히야시마 마사오(早島正雄) 박사의 도인술(導引術)과 흡사한 내용으로 음란성 이전에 인간의 행복을 추구하는 물리 치료 요법의 하나일 뿐이다.

 또한 예명을 사용하지 않은 「서갑숙」의 이름에서 풍기는 순수함, 간암으로 투병하는 아버지를 향한 지극한 효성과 딸들에게 대한 개방적이고도 따뜻한 모정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이 책을 음란물로 낙인 찍기 전에 청소년들이 아무런 제재없이 구독하고 있는 폭력과 살상으로 도배하다시피한 무협지들 역시 음란물 이상의 피해를 주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자신의 비밀을 솔직하고 용감하게 떨어놓은 작가가 여자라는 이유 하나로 돌팔매질을 당하는 시대는 밀레미엄을 앞두고 사라져야 할 것이다. 새 천년을 맞아 창작의 자유도 기지개를 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