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어」(11월6일 개봉)는 「구로 아리랑」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영원한 제국」 등 권력암투나 투쟁을 주로 다뤘던 박종원 감독의 신작이다.

 전작들이 권력을 해부하거나 권력암투를 그리는데 치중했다면, 「송어」는 인간의 욕망과 본능에 초점을 맞춰 일상 생할에서의 인간의 나약함과 허위를 드러내는데 중점을 뒀다.

 영화는 도시인들이 2박3일간의 짧은 휴가기간 동안 벌이는 일상의 한 단면을 그리는 형식을 띤다. 민수부부, 병관부부, 세화 등 5명의 도시인들이 휴가를 받아 도시를 피해 산속에서 송어를 양식하며 살고 있는 창현을 찾아간다. 그러나 이들 일행은 도시란 문명의 울타리에서 벗어나 예기치 못한 상황에 맞닥뜨리자 비겁하고 비이성적인 인간으로 전락한다.

 총들고 설치는 사냥꾼들로부터 행패를 당한 뒤 애꿎은 산골소년 태주를 죽음으로 몰아 넣고 상황이 반전돼 죽을 뻔 했던 태주가 이들을 향해 총구를 겨누자 목숨을 구걸하기에 이른다.

 박감독은 도시에 갇힌 인간이 정글과 같은 외부에 노출됐을 때의 나약함을 외부의 충격이나 스트레스를 받으면 곧잘 자살을 선택하는 송어에 비유했다. 다른 사람들과의 애증과 갈등 사이에서 자신의 이익과는 배치되는 상황이 벌어졌을때 사람들은 어떤 모습을 보일까에 초점이 맞춰졌다.

 강수연 황인성 설경구 주연. 94년 영화진흥공사 시나리오공모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했던 「얼음 물고기」를 영화로 옮긴 작품. 당초 「링」을 만들었던 한맥영화사가 제작하려다 중단한 뒤 박감독이 영화진흥공사로부터 제작비를 지원받아 완성했다.

 개봉전부터 도쿄국제영화제, 몬트리올영화제 등 여러 해외영화제로부터 초청을 받은 수작이다. 지난 14일 개막한 제3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한국영화 파노라마 부문에 상영돼 호평을 받았다.

〈구준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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