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선지위에 써놓은 가지런하고 깨끗한 묵색의 글씨가 아니라 그 글자가 변형돼 빚어내는 독특한 조형미를 만나고 싶다면, 현대서예계의 새로운 흐름을 읽고 싶다면 이번주 서울 공평아트센터에 가보길 권한다.

 지난 27일부터 이곳에서는 중견서예가 일사(一思) 석용진선생의 여덟번째 개인전이 열리고 있다. 11월1일까지.

 일사는 서예술에 대한 끊임없는 도전정신으로 새로운 서예술 세계의 창조와 서(書)의 형상화에 천착해온 서예가. 「어디까지가 고전의 글씨고 어디까지가 현대의 글씨인지 분류할 수 없다」는 서예평론가 정충락씨 말처럼 그의 작품에서는 고전과 현대가 공존한다. 전통 서법으로 다져진 탄탄한 실력을 바탕으로 하면서 나름의 호방하고 신선한 아이디어를 담아 전혀 새로운 작품을 만들어낸다.

 따라서 그의 작품은 화면에 나타나는 조형미 뿐 아니라 재료에서도 먹 화선지외에 크리스탈·아크릴물감·금은박·아교·파라핀 등 다양해 마치 현대 추상회화를 대하는 듯한 느낌마저 준다.

 옛 것을 기본으로 하되 이것에만 얽매이지 않고 새 것을 창출해내기 위해 노력하는 한 서예인의 열정적인 실험정신이 작품 하나하나에 배있다.

 89년 제1회 대한민국 서예대전 대상 수상자인 일사선생은 거주지인 대구는 물론 국내외 각종 전시를 통해 일종의 탈장르적 작품들을 선보여왔다.

 문의 ☎(02)733-9512

〈손미경기자〉 mgson@inchon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