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과 관계공무원들이 도심에서 버젓이 운영되는 중·고생 전용 술집을 알지 못했겠습니까. 자기 관내는 손금 보듯 하고 떠날 땐 아주 자세히 인수인계합니다. 몰랐다는 말을 이제 하지 말자고 합시다.』

 4년전까지 소방감리업체를 운영하던 정모씨(45·회사원·인천시 중구 인현동)가 인현동 참사를 보고 내뱉은 말이다.

 사실이 그랬다. 대형참사 뒤에는 어김없이 검은 돈이 있었다.

 4개월전 씨랜드 참사에서도 우리는 추악한 죽음의 「거래」들이 남몰래 오갔던 사실을 분명히 목도했다.

 삼풍백화점이 붕괴되고 성수대교가 끊어져내린 것도 결국 부실이란 검은돈이 사람의 목숨보다 앞서갔기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우리사회는 죽음의 검은돈 행진을 결코 멈추게 할 수 없었음을 이번 사건에서 또 확인했다.

 돈이 양심보다, 인명보다도 중시되는 사회, 돈에 양심을 팔고 살아도 떵떵거릴 수 있는 사회, 그리고 이를 알고도 무력감 속에 조금도 고치지 못하고 있는 구조속에 우리는 갇혀 살고 있다.

 돈에 양심이 팔리는 금전만능의 세태는 하루아침에 이뤄진 것은 아니다.

 「정치자금」이란 미명하에 정치가들은 정경유착, 심지어 국세청까지 동원한 검은돈을 발판으로 권력의 정점으로 치달아왔고 군(軍)에서 조차 돈으로 장성진급이 이뤄졌음을 우리는 간단히 확인했다.

 개혁을 기치로 국민의 기대속에 정권교체를 이룬후에도 정치·사회개혁은 시작도 못한 채 표류하고 있고 사회 저변의 양심도 함께 표류하고 있다. 인현동 참사발생 4일전, 우리는 외신을 통해 우리나라 기업들이 세계 19개 수출대국중 중국에 이어 두번째로 뇌물을 빈번하게 공여한다는 반부패기구 국제투명성기구의 발표를 접해야 했다.

 이러한 현실에서 각계, 각지에서 끊이지 않고 있는 공직자와 업체의 유착, 강력한 유혹의 금전만능 풍조의 근절을 기대할 수 있을까.

 인하대 김진방 교수(경제통상학부)는 최근 잇단 참사와 관련, 『지방토호와 지자체 관리, 경찰 등의 야합이 빚어낸 것』이라고 지적하고 『비양심적이고 반사회적인 부패행위에 대해 우리는 제대로 처단하지 못하고 있고 기율을 잡는 제도는 미흡하며 부패 견제세력은 아직도 형성되지 못하고 있다』고 말한다.

 해방후 근대화를 거쳐 숨가쁘게 살아온 한국이란 공동체는 경제성장의 그늘 아래 양심의 마비라는 치명적인 대가를 치르고 있다.

 변화하지 않으면 도태될 수밖에 없는 새천년, 새시대를 앞두고 우리가 가장 먼저 할 일은 국민적 사회개혁과 함께 양심을 회복시켜 금전 앞에 두는 일이다.〈임시취재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