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공예가 김근배씨(44)는 나무부채와 장승 제작이 주종목이다.

 지금은 고궁, 전통가옥촌에서나 볼 수 있는 장승과 제작공정이 꽤 까다로운 나무부채를 만드는 일에 전념하고 있다.

 서울 태생인 김씨가 목공예를 시작한 건 19세때. 지금은 없어진 옛 국립공보관에서 열린 공예품 전시회를 보러갔다가 출품 불상조각품의 정교함에 매료돼 그 길로 목공예가의 길을 택했다.

 당시 서울 금호동에서 목공예를 하던 정경목씨(작고) 공방에서 4~5년쯤 어깨 너머 목공예를 익히다 따로 독립해 25년째 공예가의 길을 걷고 있다.

 주로 고가구를 제작하는 여느 목공예가와는 달리 주로 장식소품에 매달리는 편. 전통공예를 그대로 재현해 내기보다는 현대감각에 맞게 디자인에서 창의력을 살리는데 치중한다. 이 때문에 그간 여러 차례 공예공모에서 입상한 경력을 갖고 있다.

 『처음 목공예 입문 당시 사사하던 스승으로부터 창의력과 개발이 중요하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공예는 단순 기능이나 숙달, 과거의 답습이 아니라 장인의 창의력이 배어 있어야 예술품이 될 수 있다는 뜻이었지요. 나는 이 말을 잊지 않고 실천하기 위해 노력해 왔습니다.』

 김씨는 나무부채 제작자로 알려진 편이다. 전통부채 제작이 남부지방에서 주로 이뤄져 중부지방에서 전통부채 제작자로는 그가 유일하다.

 나무부채는 부채재료에다 종이나 천 대신 0.2㎜ 정도로 얇게 제재한 전통 무늬목을 앞뒤로 붙인 뒤 나무 상감무늬를 넣어 만든다. 견고하고도 뒤틀림이 없어야 해 상당한 제작 기술을 요한다. 이 기술은 그가 여러번 실패를 거쳐 개발한 것으로, 실용신안권까지 획득했다.

 86년 인천 송림3동에 한성공예(☎032-761-0019)란 공방을 낸 뒤 장승만들기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그간 제작한 장승은 30쌍 정도. 장승제작가로 알려지면서 제작 주문이 늘어 올해에도 3쌍의 장승을 만들어 냈다. 그는 나무토막에 불과한 장승에 현대인들의 취향에 맞게 익살스런 표정을 새겨 넣어 생명을 불어 넣고 있다.

 뿐만 아니라 화도진축제 등 행사에서 장승제작 과정을 보여주는 시연회를 1년에 2~3차례 갖기도 하고 전시회를 열고 있다. 올해부터는 인천시의 의뢰를 받아 미술을 전공한 공공근로자들에게 장승제작 기법을 전수하고 있기도 하다.

 그는 『현대는 첨단기술이 요구되고 대접 받는 시대라서인지 전통예술과 전통 공예기술에 대한 중요성이 점차 잊혀지고 있다』면서 『망치와 끌을 들고 손으로 만드는 예술품이 더 가치가 있고 소중하다는 점을 사람들이 인식해줬으면 좋겠다』고 소망을 밝혔다.

〈구준회기자〉 j hkoo@inchon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