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 백종환 정치부장
백종환 정치부장
지금 대한민국 관심은 온통 제17대 대통령 선거에 쏠려 있다.
여야 후보가 사실상 가려진데다, 남은 선거일도 불과 50여일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물론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의 지지율이 수개월째 50% 후반에 고착되면서, 현재까지 아슬아슬한 맛은 별로 없다. 그렇지만 이 후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는 BBK주가조작 사건이 확대되면 높은 지지율이 어떻게 요동칠지 아무도 모른다. 또 나머지 후보들의 단일화 여부성사도 선거 재미를 더해가고 있다. 이래저래 국민들의 관심이 대선에 집중 될 수 밖에 없다.

인천은 어떤가.
솔직히 다른 지역보다 선거분위기는 많이 떨어지는 느낌이다. 22일부터 열리는 대망의 한국시리즈에 관심이 더 많다. 술좌석에서도 그렇고 택시를 타도 마찬가지다.

인천 연고구단인 SK 와이번즈는 무려 4년 만에 우승에 도전한다. SK는 지난 2003년 정규리그를 4위로 마치고, 플레이오프를 거쳐 한국시리즈에 올랐으나 아깝게 고배를 마셨다. 올해는 시즌 내내 선두를 거의 독주하다시피 해 일찌감치 한국시리즈 직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그만큼 전력이 안정돼 있고 우승에 대한 기대감도 어느 때보다 크다. 당연히 시민들의 눈과 귀는 문학경기장에 가 있다.

다시 정치 얘기로 돌아가자.
인천은 과거 거물 정치인을 많이 배출했다. 좌익이나 야당 쪽이 특히 더 그랬다. 북한에서 부주석을 지낸 이승엽이 이곳 출신이다. 1958년 간첩죄로 처형당했다가 최근 정치탄압으로 어느 정도 명예를 회복한 죽산 조봉암 선생과 장면 선생 등도 역시 인천이 배출한 걸출한 정치인들이다. 그러나 이후 이렇다 할 거물이 배출되지 않으면서 인천은 늘 정치 변방에 머물러 있는 신세다.

인천은 매번 선거를 치를 때마다 투표율도 전국 꼴찌다. 지방선거와 총선은 물론, 대선도 마찬가지다. 대선만 놓고 보면 지난 92년 선거율이 80.3%, 97년 80.0%, 2002년 67.8% 등 해마다 전국 평균보다 1~3% 낮다. 왜 그럴까.
여기서 또 지겨운 얘기를 반복해야겠다. 인천은 전국에서 애향심이 가장 낮은 도시다. 전국 각지에서 몰려든 사람들의 집합체가 인천이다. 그러니 애향심을 기대하는 것 자체가 사치다. 오히려 전라, 충청, 이북5도 등 각 지방별 향우회가 더 발달해 있다. 향우회로 똘똘뭉친 지역사회에 애향심은 아예 비집고 들어 설 틈이 없었다.

인천은 그 흔한 스타 정치인 하나 없다. 인천시민들이 선거를 애써 외면하는 이유가 될 수 있다.
그런 인천이 언제부턴가 선거 때마다 주목받고 있다. 지난 1987년 이후 거의 모든 선거에서 각 정당의 전국 득표율과 인천득표율이 신기하게도 맞아 떨어졌다.

'인천득표율=전국득표율'이라는 등식이 성립됐다. 대선결과는 특히 그랬다. 인천이 우리나라 전체 유권자의 성향을 가늠하는 바로미터가 된 셈이다. 우연이라고 그냥 넘기기가 쉽지 않은 부분이다. 그래서 "인천을 이겨야 대권을 잡는다"라는 말까지 생겨났다. 대선 후보들이 주목해야 할 대목이다.

인천은 1세대 타향살이자들이 2~3세대로 내려오면서 서서히 애향심이 불붙고 있다. 이들은 부모 고향이 어디든 상관없이 인천에서 나고 자란 사람들이다. 어딜 가도 당당히 인천이 고향임을 내세운다. 인천의 새로운 토박이로 자리잡아가는 셈이다. 이들이 튼튼히 뿌리를 내리면 인천은 더 이상 애향심 없는 도시가 아니다.

이제 인천에서도 거물 정치인들을 키우자. 그래서 차기 대선에서는 인천출신 대통령 후보도 하나쯤 만들자.
지나친 지역 이기주의요 편가르기식 사고라고 욕해도 할 수 없다. 그동안 인천은 모든 분야에서 너무 움츠려 있었다. 서울, 부산 다음으로 큰 도시가 인천 아닌가. 인천은 지금껏 대통령 후보는 고사하고 순수 토박이 광역시장도 내지 못한 유일한 곳이다. 이제 인천도 당당히 목소리를 낼 때다./백종환 정치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