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경제
어떤 사람이 친구에게 찾아가 불의한 일을 함께 도모하자고 했다. 그 친구는 일언지하에 그 제안을 거절했다.
그러자 그 사람은 아직 아무도 모르는 일이니 결코 이야기하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다. 친구는 크게 탄식하며 말했다. "자네는 어찌 아무도 모른다고 하는가? 하늘이 알고 땅이 알고 자네도 알고 내가 아는데 어떻게 아무도 모른다고 이야기 할 수 있는가?"

'중용'(中庸)에는 "이 세상의 은밀하고 작은 일이 마침내 밝히 드러나지 않음이 없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을 보면 그렇지 않은 것 같기도 하다.

지금까지 "돈에는 꼬리표가 없다"는 말이 통용되어왔다. 이는 문자 그대로의 화폐로서의 돈에는 아무런 표식이 없으니 누구 돈인지 가릴 수 없다는 것이다. 은행 강도나 부패 공직자가 현찰을 선호하는 이유도 이 때문일 것이다.

반면 "돈에 꼬리표가 있다"는 경우도 지배적이다.

최근 검찰의 탁월한 자금추적 능력은 출처불명의 검은 돈도 꼬리가 길면 결국 잡힌다라는 인식이 팽배되어 왔다. 사과상자에 은밀히 담긴 현찰 뭉치도 검찰의 수사로 밝혀지고야 만다. 그만큼 우리 사회가 투명해졌다는 반증이다.

보도에 의하면 정부는 올해 중 '전자증권특별법' 제정안을 입법예고하고 내년초 이를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본 법안이 시행되면 2009년부터, 늦어도 2010년부터는 시중에 유통되는 양도성예금증서(CD)를 이용한 음성거래가 불가능하게 된다.

CD는 무기명으로 환금성이 높아 단기금융시장에서 유통이 원활한 상품이다. 금리도 양호한데다 실물거래가 가능해 비자금 전달이나 편법 증여의 도구로 사용돼 왔다. 2007년 7월말 기준으로 은행권의 CD 발행 잔액은 83조1천억원에 달한다.

이렇게 되면 무기명 CD를 통한 비자금 전달이나 편법 증여도 발을 붙이지 못할 것이다. 이는 주식, 채권 등 모든 증권이 전자화되고 실물거래가 금지되는데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주식, 채권, CD, 기업어음(CP) 등 모든 증권의 거래는 계좌를 통해서만 가능하게 돼 증권의 음성거래는 원천적으로 불가능해진다.

사회는 옳지 못한 방법으로 성공하기도 하고 악한 방법들이 더 빠른 성취를 가져다주는 것 같기도 하다. 정의가 사라지고 불의와 억압이 판치는 세상처럼 보인다. 언뜻 보면 편법으로 부정한 방법으로 어떤 결과를 이루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것은 오래가지 못한다. 또한 가치를 가질 수 없다.

자기 양심이 괴로워진다. 참 평안과 행복을 느끼기가 힘든다. 물론 그러한 양심조차 마비된 사람들도 많이 있다. 그러나 언젠가는 반드시 평가를 받게된다. 그런 정의로운 결과가 없다면 우리가 사는 세상은 더 혼란스러워질 것이다.

이와 같이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라는 사고방식으로는 정의와 올바른 가치에 도달하지 못한다. 목적과 수단이 다 선하지 않으면 참다운 가치를 부여받을 수 없다. 우리는 좀 더 높은 가치에 목표를 두어야 할 것이다.

올바르지 못한 수단으로 어떤 것을 성취하게 되면 자기 모순에 빠질 뿐만 아니라 언젠가는 모두 밝혀져 곤혹스러움에 빠지게 된다. 진정한 가치를 획득하는 일은 올바른 수단으로 올바른 목적을 추구하는 일이어야만 되는 것이다.

수시로 다가오는 유혹을 과감하게 뿌리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할 것이다. 특히 글로벌 시대에는 투명경영, 윤리경영의 원리가 적용되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