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일보 실크로드 특별취재팀 국내 첫 확인

고대 서아시아 문명서 기술 전래 가능성
 

 

중국 심양의 고구려 석대자산성 동문의 북측 성벽의 모습. 품(品)자형으로 다듬은 성돌을 정연하게 쌓아올린 전형적인 고구려 석성의 모습을 하고 있다. 사진 오른쪽은 사산조 페르시아의 수도 비샤푸르의 성벽모습으로 블록 모양으로 다듬어 품(品)자형으로 쌓은 것이 고구려 성곽과 동일하다.

고구려의 우수한 성곽축조 기술이 4세기 전후 서아시아 사산조 페르시아에서 전래됐을 가능성이 국내 최초로 제기돼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는 그동안 고구려 성곽을 자체 발생으로 보는 북한 학계 이론에 정면 배치되는 것은 물론, 저조한 연구 실정에 머물러 있는 국내학계에 커다란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본보 실크로드 특별취재팀은 지난 7~8월 이란을 중심으로 서아시아 기획취재를 통해 기원 후 4세기에 융성했던 사산조 페르시아 유적지에서 고구려 성곽 축조기법의 원류를 밝혀줄 확고한 실마리를 국내 최초로 찾아냈다. <관련기사 20면>

중국의 수·당나라의 치열한 공격에도 패배하지 않았던 고구려의 군사력은 철옹성 같은 성곽에 있다는 점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특히 고구려 성곽을 난공불락의 요새로 만든 것은 성벽에 설치된 실전용의 성가퀴와 정연한 치, 그리고 성문 주위에 배치된 견고한 옹성, 돌을 블록 모양으로 다듬어 치밀하게 쌓아 올린 석성(石城)에 있으며, 나아가 이를 평지성과 배후 산성의 유기적인 방어 체계를 마련했던 까닭이다.

이 같은 고구려 성곽의 특징들이 이란 곳곳의 고대 유적지에서 발견된 것이다.

실제 사산조 페르시아(Sasanian Persia, AD 224~651)의 수도였던 이란의 고대도시 비샤푸르의 성벽은 반원형의 20m 정도의 간격으로 정연하게 배치돼 있었고, 건물의 벽체는 돌과 잡석으로 체성을 쌓고 다시 블록 형태로 잘 다듬은 돌을 안팎으로 쌓아올렸다.

또 인근 초가잔빌에 현재 존재하는 최대 규모의 슈메르 성전 성벽에서도 원초 형태의 치와 옹성을 발견할 수 있었다.

돌을 사용하고 성가퀴와 치, 그리고 옹성 등의 시설을 갖춘 고구려의 성벽기술이 유행하던 시기와 거의 같은 양상을 보여주는 유적은 현재 사산조 페르시아의 건축물과 성벽 밖에 없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두 나라간의 교류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번 취재에 참여했던 인천시립박물관 윤용구 학예연구실장은 지난달 29일 공주대에서 고구려 성곽 전문가인 임기환 서울교대 교수 등 고대사 연구자와 간담회를 갖고 이 같은 사실을 보고했다. 또 지난 8일 동북아역사재단에서 실크로드 미술사가인 이송란 문화재청 전문위원을 비롯한 관련 미술사 연구자와 미공개 보고회를 가졌으며 15일에는 단국대학교에서 고조선사연구회 주최로 공개 보고회를 걸치면서 사산조 페르시아와 고구려의 교섭 가능성을 논의하기도 했다.

윤 실장은 "고구려의 강력한 군사력을 상징하던 성곽을 철옹성으로 만든 견고한 방어 설비와 옹성은 사산조 페르시아의 그것과 기술적 계보를 같이하며 동 시기 존재하던 유적임이 분명하다"며 "문제는 7천 ㎞ 이상 서로 떨어진 동서의 두 세력 사이의 다양한 교류의 흔적을 찾아 이를 역사적 실체로 엮어내는 것이 앞으로의 과제"라고 밝혔다.

/남창섭기자 blog.itimes.co.kr/csn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