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빙
웰빙열풍이 거세다. 웰빙열풍이 식을 줄 모르는 것은 지나치게 빠르게 옮겨가는 문화양식에도 그 원인이 있지만, 이에 못지않게 휴테크를 강조하는 주5일근무제와 금융업의 발전이 웰빙환경을 부추기고 있다.
특이하게도 우리나라는 국민소득 3만 달러가 되기도 전에 웰빙라이프를 선택한 경우다. 먹고살기도 만만치 않은 나라에서 웰빙을 찾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도시든 농어촌이든 산촌이든 웰빙과 관련된 사업이 트렌드요 돈벌이다. 농촌의 경우 상황버섯, 동충하초, 우리콩된장, 우리콩메주, 야생차, 특수달걀, 홍미 등을 재배해 재미를 톡톡히 보고 있는 농가들이 많다. 장흥의 홍미는 60㎏ 한 가마당 200만원을 호가하는데도 추수하기도 전에 몽땅 팔려버린 적도 있다.
이런 웰빙은 크게 두 가지 힘이 작용하고 있다. 하나는 잡아당기는 힘으로 도시만이 제공할 수 있는 다양한 재화와 서비스에 따르는 자유로움 같은 것들이다. 다른 하나는 밀어내는 힘으로 도시에서의 번잡함과 삭막함을 피해 막연히 전원생활 내지는 농어촌생활을 동경하는 반 도시적인 힘이다. 이러한 반 도시적인 힘은 전원주택에 대한 수요의 증가나 도농교류 체험장의 인기에서도 엿볼 수 있다.
이러한 반도시적인 욕구를 채우기 위해 농어촌에서 여가를 보내고 싶어 하는 도시민들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들이 농어촌에 대해 가지고 있는 이미지는 환상에 지나지 않을 때가 많다. 이처럼 실제 우리 농어촌은 이런 환상보다는 어렵고 고단한 삶이 있는 곳이기도 하다. 문제는 실제 농어촌에서의 고단한 삶을 살아야 하는 농어촌 주민과 실제 농어촌의 삶과는 다른 이미지를 가지고 찾아오는 도시민들이 어떻게 상호 교환관계를 갖느냐 하는 것이다.
예컨대 한편으로는 도시민들의 농어촌에 대한 기대에 부합하면서 또 다른 한편으로는 농어촌의 삶이 기대와는 다르다는 것을 체험하고 이해하도록 하는 접점을 찾아내는 일, 이것이 웰빙모델을 만드는 출발이며 과제일 것이다.
그런데 웰빙 속 내부를 들어다보면, 내 한몸 잘 먹고 잘살기 위한 이기적인 라이프스타일이 강하다. 일반적으로 소득규모에 따른 소비양극화와 핵가족화, 나홀로 세대의 증가 등 사회현상도 문제지만 돈이 아깝지 않은 신제품들이 마구 쏟아져 나오는데도 이유가 있다. 세상만사 대부분이 자본주의 시장논리 중심의 머니게임으로 변해가고 있는 오늘의 세태를 탓할 수만은 없다. 문제는 개인의 신용관리가 뒷전이라는 것이다.
따지고 보면 웰빙(Wellbing)은 사람들의 주머니에서 '돈'을 빼앗아 가는 주범이다. 자동차 2대, 핸드폰 2대 있는 사람은 많지만, 예금통장이 2개 있는 사람은 드물다. 청소년들도 문제다. 돈에 대한 금융교육은 접어둔 채 학교공부만을 잘하는 사람을 최고로 대접해온 것이 오늘날 학생들의 현주소다. 특히 사람들은 영어와 컴퓨터는 배우지만, 돈 관리는 배우려 하지 않는다. 정말 위험한 일이다. 사회생활은 곧 경제활동을 하는 것이고 경제활동은 바로 신용이 담보되어야 가능하다.
오늘날 생활과 금융은 뗄 수 없는 관계이다. 소비가 미덕이라는 말도 있듯이 경기활성화를 위해서는 손에 돈이 남아 있지 않도록 열심히 사용하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신용관리는 더더욱 중요하다. 터진 둑을 한줌의 흙으로 막기에는 역부족인 세상이다.
일본의 경우 10년 전부터 학생들을 대상으로 가상 주식학습게임을 시작했다. 금융게임에 흥미를 갖도록 해서 종합적인 판단능력과 스스로 관리를 책임지는 경제적 태도를 길러주는데 있다. 현재 증권거래소에서 실시하고 있는 금융교육은 주식학습게임, 출장수업, 세미나, 부모동반 세미나 등이며, 부모와 함께하는 교육을 특히 강조하고 있다. 우리의 경우 과거 신성한 학교에서 돈 얘기를 하는 것 자체가 금기사항이었던 까닭에 학교수업에서 금융교육은 무시됐다. 하지만 이제부터라도 아이들과 부모가 함께 금융교육을 공유하는 기회가 많아졌으면 한다. /전성군 농협중앙교육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