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행 경인교대 교수·체육교육과
얼마 전 길을 가던 중에 '100-1=0'이라는 낯선 푯말 하나를 마주하게 되었다. 그 때에는 무슨 뜻일까 하는 작은 호기심에 잠시 걸음을 멈추었을 뿐 대수롭지 않게 봐 넘기고 가던 길을 재촉했다. 그런데 그 낯선 수식이 가끔씩 머릿속에 맴돌곤 한다. 무언가 세상사의 이치를 함의하고 있는 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세상을 사는 이치를 산술적인 계산으로 풀어보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백이라는 숫자에서 하나를 빼면 산술적으로는 아흔 아홉이 맞겠지만 사람의 일이 꼭 그렇다고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사람의 일이 수학 공식처럼 산술적인 계산으로 가능하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렇게만 된다면 이 세상에는 자신이 불운하거나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의 수가 훨씬 줄어들 것이다.
온갖 고생을 통해 자수성가한 사업가, 권력을 한 손에 쥐고 위세를 부리는 정치인, 존경 받는 학자, 대중의 인기를 한 몸에 받는 연예인과 스포츠스타 그리고 평범하지만 남부럽지 않고 행복하게만 보이는 한 가정의 아버지와 어머니들은 이 시대에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는 우리의 다양한 모습이다.
이들이 가지고 있는 수많은 것들 중에서 하나를 빼면 영이 되는 것은 무엇일까? 세상을 살면서 어느 것 하나 중요하지 않는 것이 없겠지만 건강이라는 두 글자 앞에서 거만함과 자신감으로 일관할 수 있는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흔히 '돈을 잃으면 적게 잃는 것이요, 명예를 잃으면 절반을 잃은 것이요, 건강을 잃으면 모든 것을 잃는 것이다'라는 말이 의미하듯이 건강의 소중함은 고금을 막론하고 강조되어 왔다. 그러나 이 말의 의미가 절실하게 피부에 와 닿는 사람은 과연 몇 사람이나 될까? 많은 사람들은 건강 문제를 나와는 상관없는 남의 일이라고 외면하거나 아예 관심조차 두지 않고 살아가는 것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잘 살기를 원한다. 그리고 잘 사는 것의 기준으로 잘 먹고, 잘 입고, 잘 자는 것과 같은 건강한 삶을 지목하는 데 주저하지 않으며, 이를 위해서는 많은 시간과 돈을 투자한다. 만일에 시간과 돈의 여유가 없다면 계획을 세워서라도 반드시 목표한 것을 이루고자 부단한 노력을 한다. 그렇다면 건강한 삶을 지향하기 위한 요건으로 운동에 대한 생각은 어떠한가? 대부분의 사람들이 건강한 삶을 위해서는 운동이 필요하다는 점에 이견을 달지는 않을 것이고, 또 운동의 가치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인식을 같이할 것으로 믿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주일에 얼마나 운동을 하느냐고 물으며 자신 있게 대답을 하지 못하고 궁색한 변명을 늘어놓기에 분주하다. 특히, 돈과 시간이 없다는 이유가 그 태반을 이룬다. 그리고 시간과 돈이 생기면 그 때 운동을 하겠다고 여운처럼 답한다. 그 때가 되면 이미 건강을 지키기에는 늦은 시간이 되었을지도 모르는데 말이다.
한 번 생각해 보자. 잘 먹고, 잘 입고, 잘 자야 하는 이유가 건강한 삶과 관련이 있듯이 계획적이고 지속적인 운동을 해야 하는 이유도 운동이 건강한 삶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먹고, 입고, 자기 위해 시간과 돈을 계획적으로 투자하는 것처럼 운동을 하는 것도 시간이나 돈이 생기면 하는 것이 아니라, 시간이나 돈에 대한 계획을 세워 만들고 투자해야 하는 이유에 대한 답을 얻을 수 있다.
즉 건강한 삶을 위한 운동은 시간이나 돈이 '나면' 하는 것이 아니라 '내서' 하는 것이라는 적극적인 인식의 전환이 절실히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