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플러스
추석이 며칠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추석은 마음부터 넉넉해짐을 느끼게 합니다. 천고마비의 계절에 햇곡식을 거두고 온갖 햇과일이 나와 풍요로움이 더해지기 때문일 겁니다. 그래서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라고 하는가 봅니다.
추석을 중추절(仲秋節) 또는 한가위라고 합니다. 음력으로 가을을 초추(7월), 중추(8월), 종추(9월)로 불린데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여러 명절이 있지만 추석은 넉넉한 나눔의 미덕이 소록소록 배어나게 합니다. 남녀노소 빈부격차를 가리지 않고 온 가족이, 그리고 이웃과 마을이 모두 만나 나눔과 기쁨의 시간을 갖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명절이 돌아왔음에도 폭우와 늦더위, 길고 눅눅했던 장마기간 만큼이나 버텨내기 힘든 서민들, 하루 벌어 하루를 살아가는 건설현장 노동자들, 그마저도 일거리가 없어 애태우는 청년실업, 맞벌이 주부, 노인, 장애인들이 많이 있습니다.
아직 우리사회를 복지사회라 말하기는 이릅니다. 사회적 경제적 약자의 삶에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보살핌이 미치지 못하는 부분이 여전히 많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자원하는 나눔이 필요합니다. 나눔은 그늘진 사회를 밝게 합니다. 주변에는 가난하지만 나눔으로 정직한 삶을 살아가는 분들이 있습니다. 비좁은 단칸방에 홀로 사는 할머니가 전 재산 1천만원을 기부한 이야기. 비슷한 처지의 할머니가 옥탑 방 전세금 1천500만원을 유산으로 내놓은 이야기. 공통점은 어렵게 살았다는 것과 지금도 결코 넉넉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알려지지 않은 미담들도 많습니다. 무료급식소에 아무도 모르게 오이· 감자 등 채소를 수시로 놓고 가시는 채소장수, 독거노인들에게 미용봉사와 식사를 제공하시는 분, 1:1 결연을 통하여 생활 전체를 돌봐주시는 분, 주말을 이용 정기 건강검진을 하시는 의료인, 수급대상자가 아니면서도 급식비를 내지 못해 학교구조에 급식비를 지원하시는 봉사자, 정부나 자치단체의 지원 없이 노숙자들의 식사를 매일 제공하시는 분 등 이들 모두가 천사와 같은 소시민들입니다. 이들의 아름다움은 자신의 이름을 밝히기 꺼려함으로서 더욱 빛을 발하고 있습니다.
올해도 추석을 앞두고 적극적인 나눔의 운동들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사랑의 쌀 모으기' '작은 선물 주고받기' '재래시장 상품권 이용하기' '선물로 지역농산물 활용하기' 등 다양합니다. 잘 실천만 된다면 지역과 농촌경제가 살아나고 소외계층이 외롭지 않은 추석명절을 보낼 수 있는 아름다운 내용들입니다.
특히 행정기관마다 '추석 사랑의 쌀 모으기 운동'이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습니다. 기업과 자생단체, 통·반, 종교단체들이 앞장서 참여합니다.
하지만 자치단체가 이를 생색내기, 실적 쌓기, 얼굴 알리기, 자율을 빙자한 강요 등으로 나눔의 취지를 퇴색시키지는 않는지 되돌아봐야 합니다. 행정기관의 선전용이 되거나 사회지도층 인사들의 생색내기 모금운동에 잡음이 발생한다면 그건 진정한 나눔이라 할 수 없습니다.
실적을 중요시해선 안 됩니다. 자율이라고 하지만 그건 강요입니다. 방법이 중요합니다. 누구나 참여할 수 있도록 공감대를 형성해 주는 것입니다. 이웃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있어 만든 음식을 이웃과 나누겠다는 정이 있다면 삶은 아름답고 마음은 풍요로울 것입니다. 그것이 진정한 나눔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려운 때일수록 나보다 더 어려운 이웃을 생각하고 돕는 미덕은 우리 민족의 자랑이었습니다. 이웃과 정을 나누면 희망이 자란다고 합니다.
생색내기가 아니라 모두가 이웃과 나눔을 실천하는, 그래서 정이 넘치는 추석 명절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아직도 주변에는 많은 소외계층이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이웃과 양로원 등 생활시설을 찾아 이웃사랑을 함께 나눌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박준복 인천사회복지보건연대 정책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