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한나라당 경선이 끝난 지 벌써 4주일이 다가오고 있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한나라당이 연말 대선에서 정권을 재창출하기 위해 단일화 된 후보를 중심으로 다시 결집했다는 소리는 아직까지도 들려오지 않고 있다.
아니 후보를 돕기 위해 일사불란한 체계를 갖추기는커녕 경선과정에서 상대편을 도왔던 쪽에서는 도리어 뒷짐을 지고 흥정을 하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는 형국이고 보면 이 얼마나 한심한 노릇인가.
더구나 그 흥정의 내막이 "다가오는 총선에서 공천을 보장해줘야 돕겠다"는 것이라고 하니, 도대체 이게 말이나 되는 소리인가. 한나라당의 당헌당규에는 대선 후보가 공천권을 갖는다고 되어 있는가. 설사 그렇다 하더라도 그럼 공천을 보장해주지 않으면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가. 자기 당의 후보에 대해 낙선운동이라도 벌이겠다는 것인가. 아니면 탈당을 해서 엉뚱한 당으로 가기라도 하겠다는 것인가.
밥이 다 된 줄 알고 숟가락 챙길 생각만 하다가 10년이란 세월을 도둑질 당하듯 경험하고서도, 지금에 와서까지 정신을 못 차리고 있음은 개탄해야 할 일인지 슬퍼해야 할 일인지 조차도 가늠할 길이 없다.
국민들 대다수가 정권교체를 드러내놓고 열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권교체를 위해 힘을 모을 생각은 뒷전으로 하고, 자신들의 이해득실 계산을 앞세우겠다는 발상이고 보면, 정치는 왜 하려고 하는 것이며 국민들의 시선은 정말로 두렵지도 않은가를 반문하고 싶다.
경선 때는 줄서기에 합세하여 상대측 경선 후보에 대해 도가 지나치도록 절대불가의 후보인 양 욕보였음에도, 이제 와서는 '공천을 줘야만 돕겠다'는 심보는 이 나라 정치판을 또 한 번 더럽히겠다는 작태가 아니고 그 무엇이겠는가.
지난 5월 21일에 열린 한나라당 '희망 2007 공정경선 결의대회 및 제3차 전국위원회'에서, 박 경선 후보는 '경선이 끝나면 모든 후보는 한 명의 당 후보를 위해 끝까지 노력해서 도와야 한다. 기필코 이번 대선에서 정권교체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자신들이 지지했던 후보가 이렇게 천명을 했음에도 이젠 지지자의 이미지가 본의 아니게 피폐화 돼도 상관이 없단 말인가. 자기 당의 사활이 걸려있는 중대 사안임에도 또한 나아가서는 국민의 절대다수가 염원하고 있는 바임에도, 내 앞 길을 살피는 것과는 별 상관이 없다는 말인가.
자신들이 지지했던 후보를 진정으로 위하고자 한다면, 이제 더 이상은 그 후보의 이미지에 조금이라도 부정적인 여운이 드리워지도록 어기대는 처신은 결단코 하지 말아야 할 것이지 않겠는가.
국민들은 지금 한나라당의 움직임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아니 좀 더 솔직히 말하자면 박 경선 후보 측에 섰던 사람들의 행동거지에 대해 특히나 더 주목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는 짓들을 보면 아예 이참에 한나라당을 개혁하는 계기로 삼았으면 좋겠다'는 여론이 점점 더 세를 얻어가고 있다는 점도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끝으로 조선을 구하기 위해 오로지 우국충정으로 일관하신 이순신 장군께서는 "필사즉생 필생즉사(必死則生, 必生則死: 죽으려 하면 살고 살려고 하면 죽는다)" 라는 말씀을 남기셨음을 한나라당 관계자들은 새삼 부디 가슴 속 깊이 명심하고 또 명심하기를 신신 당부하고자 한다. /이민세 한국가치경영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