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데스크칼럼 ▧


 

   
 

우리 사회에는 전문가와 비전문가가 있다. 전문가와 비전문가의 차이를 보면 어떤 이는 일이 잘 안되면 잘못된 결정이라 생각하고 더 나은 것을 찾는다. 또 다른 이는 그 판단에 의해 나온 결과에 대해 원인 분석을 하고 보완점을 찾는다.
여기에서 큰 차이점은 전체적인 속성 구조와 전략에 대한 그림을 가지고 움직이느냐와 드러난 현상만 가지고 판단하느냐의 차이다. 누가 더 전문가인지 생각해 볼 일이다.
이 전문가와 비전문가의 차이는 전광석화 같이 새로운 논리가 개발되고 다양한 상품이 쏟아지는 현대사회에서 뭐 그리 대단하다고 무시하는 이들도 있다. 요즘 사회에서 전문가와 비전문가의 차이는 '종이 한장 차이'라고 폄하하기도 한다.
그래서 요즘 비전문가들이 전문가의 결정을 무시하고 타박하는 예가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일반인들에게 '당신이 중요한 일을 판단해야 할 때 전문가와 비전문가 중 누구의 판단을 신뢰하겠습니까?"라고 할 때 대부분 전문가의 판단을 신뢰한다고 할 것이다.
어느 사회든 그 사회가 온전하게 굴러가기 위해서는 전문가들의 판단이 존중되고 또한 그 존중에 의해서 의사 결정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은 동서고금의 진리이다. 비전문가들이 머리 수를 무기로 전문가의 판단을 무력화시키는 사회는 막장 중에 막장 사회이다. 이런 일은 배격해야 할 것이다.
지난 11일 인천시축구협회 회장 선거가 있었다. 축구협회는 지난해 4월부터 집행부 간 다툼으로 파행을 겪었고 최근 인천시체육회로부터 협회 운영을 관리받아야 하는 수모를 겪었다.
이날 협회장 선거는 지난 1년여 간 시 축구협회의 파행을 끝내고 새로운 회장을 모시고 홀로 독립 운영을 하는 중요한 자리였다.
인천 축구인들은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를 막론하고 이날 회장 선출을 위한 임시 대의원 총회를 '축구인들의 잔치'라며 축제 분위기 속에 진행될 것을 염원했다.
축구 회장 선거에는 2명의 후보가 등록해 이날 대의원들의 투표를 통해 결정됐다.
문제는 바로 투표를 앞두고 인천시 교육계의 고위직 인사가 신성한 축구협회장 선거에 교육계의 힘을 배경으로 관여했다는 것이다.
이 교육청 고위직 인사는 초·중·고 축구부가 학교에 소속됐다는 것을 무기 삼아 각 학교 교장들에게 회장 선거에 참여해 특정 후보를 지지하라는 압력을 행사했다고 한다.
사실 관계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지난 11일 시 축구협회장 선거를 마치고 인천의 많은 축구인사들은 심증을 굳혔다.
이날 임시 대의원 총회에는 그동안 참석하지 않던 각 학교 교장과 교감들이 대거 참여해 투표권을 행사했다. 축구협회 임시 대의원 총회에는 각 학교 교장과 심지어 교감이 교장을 대신해 참석한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축구협회 대의원 총회를 비롯 협회가 주관하는 회의에는 그동안 교장들이 대부분 축구부 감독들에게 위임장을 써줘 참석하도록 했다.
인천 축구인들에게 그들의 권리를 양도한 것이다.
이번 임시 대의원 총회에는 교장·교감들의 행동은 전과 달랐다.
교육계 인사의 압력설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것이다.
축구협회 대의원이 교장인 것은 단체가 소속한 기관의 '장'만이 대의원이 될 수 있다는 대한체육회 규정에 따르기 때문이다.
교장들은 그동안 이 규정이 있지만 위임장으로 감독들이 축구협회 회의에 참석하도록 해왔다.
많은 인천 축구인들은 협회장 선거가 끝난 뒤 교육청 인사의 행동에 큰 실망감을 가지며 앞으로 이 인사에 대해 철저히 등을 돌리겠다는 푸념이 쏟아졌다.
물론 학교 축구부 감독들이 교육청 인사를 말로 비난만 했을 뿐 지시를 거부할 권한은 없다.
또 앞으로 이 인사가 지시하면 안 따를 수 없는 게 감독의 처지다.
비전문가들에 의해 '막장 사회'로 가고 있는 현실을 그대로 지켜봐야 하는 인천 축구인들의 처지가 안타깝다.
/백범진 체육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