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공예로 빚어지는 고가구의 맛과 멋은 은은한 향과 자연 그대로 살아 있는 나뭇결에 있습니다. 고가구 제작에 매달리다 보면 나뭇결에서 배어나는 목향 때문에 다른 잡념이 전혀들지 않아요. 화학칠을 하는 가구들에 비해 은은하면서도 오래 가는 나무 향기 때문에 고가구를 만드는 일을 포기할 수가 없습니다.』

 30년째 조선시대 전통가구 제작에만 매달려온 허기남씨(46). 그는 『초등학교 졸업이 학력의 전부이지만 국내 나무나 재질에 대해서는 박사 못지 않게 잘 안다』고 자부했다.

 전남 광주에서 태어난 허씨는 열 여섯부터 전통 고가구 제작을 익혔다. 가난한 살림에 입 하나를 덜기 위해 목공소에 찾아 들었다 당시 전통가구를 만들던 조만신씨(84년 작고)로부터 7년간 익힌 것이 평생 이 일을 전업으로 삼게 된 계기.

 80년부터 인천에 정착한 뒤 남구 문학동 산 39 문학종합경기장 맞은 편에 「전통이조가구」란 공방을 차려 놓고 고집스럽게 조선시대 전통가구를 제작하는데 힘을 쏟고 있다. 그가 만드는 가구는 이름에 맞게 장식장, 버선농, 머릿장, 선비상 등 장롱류와 문갑, 교자상, 화장대 등 옛 선조들이 일상생활에서 유용하게 쓰던 것들이다.

 허씨는 이런 고가구를 제작할 때 전통기법을 그대로 고수한다. 못을 전혀 쓰지 않고 사개맞춤(짜맞추기) 공법으로 제작하며, 화학재료 칠이나 옻칠 대신 들기름이나 아주까리기름 등 천연기름만으로 표면처리를 한다. 이렇게 하면 나뭇결을 그대로 살리면서도 목향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 다만 디자인은 현대인들의 취향에 맞게 현대적인 감각을 살리는 편이다.

 가구 제작에 쓰이는 나무도 주로 옛 선조들이 즐겨 쓰던 것들이다. 수입목을 배제한 채 느티나무나 참죽나무, 먹감나무 등을 직접 골라 제재한다.

 고가구 제작은 나무를 골라도 제작에 들어가기까지는 꽤 시일이 걸린다. 제재목을 골라 2년간 그늘에 건조했다가 제재한 후 다시 2년 더 건조한 후 가구를 만들 정도로 공정이 길고도 까다롭다.

 그러나 고가구는 찾는 이들이 많지 않아 판로가 용이하지 않은 편. 『만든 가구들을 가구점이나 백화점에 납품하지 않아요. 한번 백화점에 내놓은 적이 있는데, 장인정신으로 만든 가구를 남 손에 의해 파는 것이 어쩐지 싫더군요. 또 쓰는 사람들이 가구를 만든 사람의 땀과 노력을 조금이라도 느끼게 하려는 생각 때문에 지금은 공방에서 내가 직접 팔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40여평 되는 그의 공방에는 완성품 가구들이 즐비하다. 팔리지 않은 200여점의 갖가지 가구들이 빽빽이 쌓여 있어 사람들이 드나들기조차 쉽지 않을 정도.

 『고가구 제작을 하면서도 판로의 어려움 때문에 여러번 포기할까 고민했었어요. 먹고 살기가 힘들어 한때는 종업원 몇명 두고 현대가구를 만들어 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태어나 배운 일이 이 일이고 나름대로 작품성 있는 가구를 만들어 보겠다는 욕심 때문에 포기할 수 없더군요.』

 그는 『고가구는 요즘 나오는 가구들과 다르게 고집스럽게 한길에만 매달려온 장인들의 숨결이 살아 있다』며 『현대인들이 디자인 개발에만 우선하는 현대가구보다 전통가구들에도 애착과 관심을 가져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구준회기자〉

j hkoo@inchon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