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 박용량 홀트 인천후원회장
11년동안 아동단체 활동 앞장
"가슴에 품은 아이들 눈에 선해"

50이 넘은 사람의 얼굴은 그 사람이 '살아온 세월의 거울'이라는 말이 있다. 평생 봉사와 희생을 몸으로 실천하며 살아온 사람의 얼굴은 어떤 모습일까.
그 대답을 지난 3일 중구 신포동의 한 가게에서 미숙아와 장애아동을 위한 일일찻집을 연 인천후원회 박용량(72) 회장에게서 찾을 수 있었다.
박 회장은 지난 1984년부터 홀트 인천후원회 창립멤버로 활동을 시작했으며, 회장을 맡아 앞장서 일해 온 것도 올해로 11년째다.
그는 "모든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었다"고 그간의 자신의 삶을 회고했다.
젊은 시절, 안타까운 것을 보지 못하는 성격 탓에 번 돈을 조금씩 아동단체에 후원하기 시작했고 그것이 시작이 돼 10년의 세월을 뛰어 넘은 것이다. 정확히 말하면 홀트 후원이 봉사활동의 시작은 아니었다.
이웃에 살았던 부모 없는 아이들을 가슴으로 품어 15여년을 길러내 그에게는 배가 아파 낳은 자식들과 가슴으로 낳은 자식들이 가득하다.
지금도 자신의 품을 스쳐간 아이들의 얼굴이 눈에 선하다는 박 회장은 "잘 길러서 시집, 장가를 보내면 정을 떼려고 해요, 내가 친부모가 아닌 것이 자식들의 미래에 누가 될까봐 그저 행복하기만 바라는 거죠"라며 온화한 미소를 지었다.
그래도 여전히 자신을 '엄마'라고 부르며 찾아오는 자식들에게는 하나라도 더 못해줘 발을 동동 구르는 영락없는 엄마가 된다.
도움을 청하며 내미는 손을 한 번도 뿌리친 적이 없기에 사람으로 인한 상처도 많이 받았다. 기르던 아이들이 돈을 가지고 달아나거나 갑자기 집을 나가버린 일들은 아직도 생생하다. 그러나 그는 "상처받고 힘들어하다가도 아이만 잘 살아준다면 원망도 미움도 다 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아이들을 위해, 외로운 사람들을 위해 아직도 할 일이 많이 남아있다는 그에게 최근 작은 소망이 하나 생겼다.
박 회장은 "외롭게 사시는 분들에게 따뜻한 끼니를 챙겨드릴 수 있는 무료 급식소를 만들어 삶이 다하는 날까지 그 곳에서 일하고 싶다"고 밝혔다. /홍신영기자 blog.itimes.co.kr/cubsho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