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탁모 활동 10여년 '베테랑 엄마' 이월섭 씨
"아기들과 나눈 기억 하나하나 생생
엄마지만 오히려 나누는 사랑 배워"



"잠시 스쳐가는 인연이지만 아기들에게 모정이 무엇인지를 느낄 수 있게 하는 시간이 됐으면 합니다."
인천 서구 가정동 이월섭(49·여)씨 집에는 기저귀와 젖병, 아기 옷들이 항상 가득하다. 위탁모로 활동한지 올해로 10년이 넘는 이씨는 어느새 '베테랑' 엄마가 다 됐다.
짧게는 2~3일, 길게는 3달, 그녀의 품을 거쳐 새로운 가족에게 보내진 아기들이 수백명에 이른다.
이씨는 자신을 아기가 태어나 맨 처음 만나는 가족이라고 표현했다. 그래서인지 그는 아기들의 이름과 얼굴을 다 기억하고 있다.
맨 처음 해외 입양을 보냈던 영식이. 그는 영식이의 백일상을 준비하다 아이를 보내야 한다는 소식을 듣고 속이 상해 한참을 울었다고 한다. 항상 아기들에게 좋은 가족이 생기길 기도하지만 막상 품에서 떠나보내야 한다고 생각하니 자책감도 들고 무척이나 괴로웠기 때문이다.
손 없이 태어나 월섭씨를 많이 울린 지훈이. 심장이 약해 얼굴이 자주 빨개지던 동주. 그의 기억 속에 아기들은 여전히 해맑은 눈망울을 가진 앳된 모습으로 남아 있다.
그는 10년이 넘도록 아내의 자리, 엄마의 역할을 포기하고 아기들을 돌볼 수 있었던 것을 가족 덕이라고 했다.
위탁모를 시작했을 당시 초등학생이었던 두 아들이 어느덧 20대 청년이 돼 엄마 못지 않게 아기들을 돌본다. 처음에는 반대했던 남편도 이제는 밤에 아기가 울면 혼자 일어나 우유를 타 먹이고 재울 정도라고.
이씨는 "명절 때도 아이들 때문에 남편과 두 아들만 큰집에 보내기 일쑤고 친구들과의 모임은 상상조차 못한다"고 했다. 아기에게 좋지 않은 것은 아예 하지 않는다. 화장은 물론이고 미용실에 마지막으로 가본 기억조차 가물거린다고 한다.
이씨는 "아기가 세상에 태어나 가족을 만날때까지 아낌없는 사랑을 줘 마음에 그늘이 없도록 하고 싶다"며 "아기로 인해 삶의 여유와 나누는 사랑을 많이 배웠다"고 말했다.
그는 "아기들은 자신이 사랑 받고 있는지를 몸으로 느끼기 때문에 아기 때의 기억이 평생 간다"면서 "아기들에게 가장 중요한 때를 함께하는 만큼 책임감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오늘도 그는 며칠이면 새 가족을 만나게 될 유나를 품에 안고 자신의 넘치는 사랑을 전하느라 바쁘다.
/글 홍신영·사진 박영권기자 blog.itimes.co.kr/cubsho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