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완 수석프로그래머
김도연 기자의 전주리포트
관객들이 영화제를 찾는 가장 큰 이유는 개봉도 하기 전에 새로운 영화를 볼 수 있다는 매력 때문이다. 그래서 영화제마다 각각의 성격과 색깔에 맡는 영화를 선정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 영화를 고르는 일을 하는 이들이 바로 프로그래머들이다.
전주영화제 정수완(45·여) 수석프로그래머는 영화제 기간이 끝나고 결산이 마무리 지어질 무렵인 6월부터 다음해 3월초까지 어떤 영화를 선택해야 할지 고민한다.
"인터넷을 통해 세계 각국의 영화 정보를 수집한 뒤 그것을 바탕으로 직접 배급사나 감독과 연결해 선택 하거나, 세계 각국의 인맥을 동원해 추천을 받기도 하고, 배급사에서 직접 추천을 해 오기도 하지만 주로 프로그래머들이 국제영화제를 돌아다니며 영화를 선택합니다."
주요 국제영화제가 몰려있는 9월부터 11월 사이가 가장 바쁘고 보통 영화제 개최 2개월 전에 영화 선택 작업을 마무리하는 편이다.
영화제의 위상에 따라 배급사나 감독들은 출품을 계산하지만 프로그래머들은 이런 어려움까지 극복해가며 영화를 가져오려 애쓴다.
"그래도 제가 일하기 시작한 4회 때보다 전주영화제의 위상이 높아져 이제는 영화 선택 작업에 어려움이 덜해요. 정말 좋아진 거죠."
이렇게 정수완, 유운성, 조지훈 프로그래머의 발품으로 선택하는 영화가 1년이면 많게는 100여 편에 이른다.
영화제 예산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상당부분 영화선택에 집중되는 이유도 이러한 이유다. 그러나 극장에도 걸리지 않은 영화를 먼저 보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대가는 치러야 하는게 당연하다.
영화 선택작업이 마무리되면 초청작들의 홍보물 작업에 밤을 새기 일쑤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새벽 5시까지 새고 다음날 잠시 눈을 붙이면 말짱하고 했는데 올 해는 체력에 한계가 왔는지 팀원들의 눈치를 봐가며 새벽 1시쯤 들어가요. 팀원들에게 미안하죠."
영화제 개최 전까지는 영화소개를 중심으로 한 홍보 업무가 병행되다 보니 프로그램팀의 팀원들 모두가 밤을 새는 일은 부지기수다.
그래서 인력도 상근직 3~4명 정도에서 이때가 되면 계약직 인원까지 20여명으로 늘어난다.
프로그래머들의 발품과 팀원들의 노력이 매년 독립영화를 발굴하기 위한 전주영화제의 젊은 색깔을 더욱 파릇파릇하게 한다.
/전주=김도연기자 blog.itimes.co.kr/do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