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여석기타오케스트라단
국내 최고의 기타합주단 '리여석기타오케스트라단'이 벌써 청년기를 넘어 중년을 바라보는 시간을 맞았다.
36년이란 시간은 의욕에 넘치던 창단 당시의 리여석 단장에게 어느새 적지않은 주름을 안겨주었지만 그 주름만큼
오케스트라에겐 전통과 자부심, 그리고 깊어진 연주실력이 더해졌다. 어두운 분위기와 쾨쾨한 곰팡이 내를 연상하며 클래식 기타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에서 클래식 기타모양의 유리 너머 연습실을 바라보았다.

손때묻고 오래된 돋보기안경과 지휘봉·기타케이스가 36년 이란 시간을 말해주는 듯 하다.
# 공간과 그 곳을 채우는 사물
명실 공히 국내 최고의 클래식기타 오케스트라단의 연습실이기엔 작은 듯 한 20평 남짓한 공간은 어둡고 쾨쾨할 것이라는 뇌리에 박힌 선입관을 산뜻한 느낌으로 바꿔놓는다.
온통 새 하얀 공간 곳곳에는 클래식 기타와 기타 모양을 한 악기들이 공간의 주인인양 자기 자리를 차지하고 있고, 20여개의 보면대와 낮은 의자가 단원들을 맞을 준비를 하고 있다.
한 쪽엔 아름다운 선율에 흥겨움과 경쾌함, 무게감이 느껴지는 리듬을 더해주는 타악기가 사랑채에 묵고 있는 손님처럼 서있다.

 
리여석 단장의 욕심을 말해주듯 외국에서 사들인 전통악기 30여점이 눈길을 끈다.
# 좋은 연주를 위한 존재들
이 공간에 있는 악기들 가운데 주인장인 클래식 기타를 제외하고 리여석 단장이 외국의 악기점에서 사들인 그 나라의 전통악기들은 30여점이 넘는다.
귤은 회수를 건너면 탱자가 된다지만 이것들은 물을 건너옴과 동시에 리 단장의 손길을 거쳐 귤이 아닌 한라봉이 됐다. 그리고 연주 때면 본래의 자기 음색을 벗어 던지고 클래식 기타 음색과 동화된다.
연주를 위해 존재하는 것들은 각국의 민속악기뿐이 아니다. 리여석 단장의 작업실 한쪽 벽을 가득 메운 악보들도 외국 전통악기와 한패다.
426곡의 편곡 악보는 정통 클래식이 어떻게 클래식 기타 연주로도 아름다울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증거들이다.
리여석 단장이 중국 요녕성 기타학회 주관의 기타콩쿠르 심사와 심양 기타합주단의 지도를 위해 2~5일 중국에 간다.
지휘자의 손때가 뭍은 지휘봉과 36년이란 세월을 느끼게 하는 돋보기안경이 말해주는 오랜 전통과 실력이 중국내 기타합주단을 키우고 있는 것이다. 그 전통과 실력이 14년 전부터 인천시 중구 송학동 2가 1-11번지에서 잉태됐다.
 
20여평의 작은 공간에 자리잡은 각종 악기와 의자가 놓인 리여석오케스트라단의 연습실.
 /글=김도연·사진 박영권기자 blog.itimes.co.kr/do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