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 안성 농기센터 김은호 씨
안성 AI 25개 초소 하루 240㎞ 강행군
"현장 일일이 돌려면 24시간도 모자라"



"맡은 일을 했을 뿐인데 대단한 일을 한 것처럼 그러는지… 나보다 지역주민의 건강과 농업활동에 도움을 주는 것이 최우선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자의 인터뷰 요청에도 묵묵히 방역기를 수리하고 있는 안성시 농업기술센터에 김은호(별정7급·52)씨의 이야기다.
지난달 10일 안성시 일죽면의 닭 사육 농장에서 전국 6번째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이하 AI)가 또 다시 극성을 부리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농림부와 경기도는 농장의 닭 13만3천마리는 물론 반경 3km이내의 가금류 10만7천여마리에 대해 살처분 등 방역조치와 함께 인근 25곳에 이동통제소를 설치하고, 반경 10km 이내 모든 가금류와 달걀 등 생산물의 이동을 통제했다.
이 과정에서 김씨는 이날부터 일주일 동안 집에도 들어가지 못하고 현장에서 방역을 위한 특별 임무에 들어가는 등 바쁜 시간을 보냈다. 자동소독을 하는 방역기계와 차량고정식 소독기에 대한 설치와 수리는 김씨와 같은 전문가의 기술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김씨는 그동안 귀가와 따뜻한 밥은 커녕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하고 24시간 내내 긴급 방역을 위해 각 초소를 돌며 방역기 설치와 점검 등 긴급수리까지 도맡아야 했다.
AI로 일대에 설치된 초소는 모두 25개. 이 통제소를 한 바퀴 돌아볼 경우 이동거리만도 120㎞에 이르지만, 김씨는 이 코스를 하루 두 차례 도는 240㎞의 강행군을 해야 했다. 결국 하루 8시간을 꼬박 운전해야 했던 것.
AI의 기세가 한풀 꺾인 요즘은 초소를 8곳만 운영하고 있지만 김씨는 당시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로 하루도 빠짐없이 모든 현장을 일일이 확인하는 등 분주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기계 점검 및 수리 전문가'로 통하는 김씨는 이러한 성실성과 기술력 덕분에 이미 북한을 두 차례나 방문해 북한농민을 대상으로 농기계 수리와 운행방법, 수리 방법 등을 교육하는 등 '교육지도사'로도 꽤나 유명하다. 농기계 교육을 위해 북한을 방문한 공무원은 오직 김씨 뿐이기 때문이다.
"최근엔 그나마 집에 갈 수 있어 다행"이라는 김씨는 "집안 식구들이 이해해주는 덕분에 이런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것 아니겠냐"며 환하게 웃어 보였다. 김씨는 부인 박순복(48)씨와 윤경, 상훈 1남1녀를 두고 있다.
/안성=김장중기자 blog.itimes.co.kr/kjj