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현 부천 원미구청 복지과장
올해는 우리나라가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에 진입할 것이라는 기분 좋은 소식이 새해벽두 부터 전해져 왔다.
지금으로 부터 36년 전인 1970년에 280달러에 지나지 않던 1인당 국민소득이 오늘날 70여배나 성장한 배경에는 오직 잘살아 보겠다는 국민적 합의와 노력의 결과라고 생각한다.
경제적으로 풍족해 지면서 너도 나도 삶의 질을 걱정하고 웰빙(Well-being)과 멋진 여가로 풍요로운 문화생활을 꿈꾸는 시대가 되었다. 그러나 경제적인 풍요만큼 우리의 문화의식이 성숙되었느냐는 많은 차이가 있다.
우리시는 일찌기 문화도시를 지향하면서 수준 높은 오케스트라와 국제영화제를 개최하는 등 문화 인프라를 통하여 대 내·외적으로 문화도시 이미지를 가꾸는데 어느 정도 성공하였다고 평가를 받고 있음에도 정작 중요한 시민들의 문화시민의식은 뒤따르지 못하는 것 같다.
수많은 시민들이 붐비는 역 광장을 자기 땅인양 무단으로 점유하여 좌판을 벌이기도 하고 내가 편하게 잘 살 수 있다면 남의 삶이 어떻게 되든 상관 없다는 태도이다.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어려운 일을 함께 하는 두레문화와 서로 돕고 살아가는 상부상조의 미풍양속이 있었다.
그러나 현대사회로 접어들면서 물질만능과 개인주의 사고의 만연으로 전래의 공동체적 가치는 급속한 해체의 위기를 맞고 있다. 옆집에 누가 살며 주변에서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지 애써 알려고 하지 않는다.
세든 집 단칸방에서 살던 사람이 죽은 지 며칠씩 지나도록 방치되는 사례는 인간성 상실의 한 단면이 아닌가 생각한다. 수준 높은 문화도시는 풍부한 인프라 뿐 만 아니라 문화시민으로서 소양을 갖추는 것이다. 부천에 터를 잡고 서울사람으로 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추운 겨울 어려운 이웃을 외면한 적은 없는지, 설을 맞이하면서 우리 자신을 되돌아 보게 된다. 지역 공동체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부천호에 승선한 모두가 더불어 함께 할 수 있음에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무엇을 할 것인지 고민하여야 한다.
이제 며칠 후면 민족 대이동이 시작되는 설 명절이다. 명절일수록 어려운 사람들이 느끼는 체감지수는 평소와는 다르다. 그래서 설밑은 문화시민 나눔운동이 절실한 때 이기도 하다.
관내에서 지난 한해 동안 자발적으로 불우이웃돕기에 나선 사례는 1만5천910여건에 4억7천여 만원 상당이고 복지시설의 자원봉사에 참여하시는 분들만 770여명 달한다. 얼마나 많은 성금을 전달해 주었느냐 보다는 얼마나 많은 시민들이 관심을 갖고 참여하였느냐가 더 소중하다.
관내 중4동은 어려운 이웃이 비교적 많은 지역이다. 작년 12월, 이웃돕기를 위해 지역주민들이 십시일반(十匙一飯)으로 쌀을 모으는 '찾아가는 사랑의 쌀통'을 운영하여 무려 1천688kg이 모였다. 좀도리라는 방언이 있다. 쌀 항아리에서 쌀을 퍼낼 때 한 옴큼씩 덜어서 조그만 항아리에 모아두는 일이 좀도리이다.
또 지난해 성탄절을 며칠 앞 둔 어느날, 익명의 독지가로부터 한통의 전화를 받았는데 쌀 2백포(20kg)를 구청으로 보내겠으니 어려운 이웃에게 전달해 달라는 전화였다. 누군지 알고 싶었으나 끝내 밝히길 거부하고 전화를 끊었다. 따뜻한 마음을 가진 이웃들이 의외로 많다는 점에서 새로운 희망을 발견한 순간이었다.
이것이 바로 문화시민운동이 지향하는 일이고 문화시민의 참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관내에는 최저 생계비에도 미치지 못하는 기초생활보장수급자를 포함하여 당장 끼니를 걱정하는 저소득층이 5천370세대 8천693명에 이르고 부족한 일손으로 봉사의 손길을 기다리는 사회복지시설도 10여개소가 있다.
모두가 더불어 보듬어야 할 우리의 이웃이며 울타리이다.
올해도 많은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문화시민 나눔운동에 참여하고 있다. 이 분들의 소중한 뜻이 어려운 이웃에게 담뿍 전해지도록 최선을 다 할 생각이다.
소득의 1% 를 어려운 이웃과 나누는 나눔 사랑운동과 갈 곳 없는 노숙자(homeless)들에게 재기의 희망을 북돋아 주는 일, 혼자 사는 노인들의 위급상황을 살피고 안부를 전하는 일 등 뜻있는 자원봉사자가 나눔운동에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연계할 계획이다.
이러한 나눔운동들이 지역사회 안전망 역할에 어느 정도 기여할 것으로 예견되나 보이지 않는 틈새에서 소외되거나 고통 받는 이웃에 대한 대책은 여전히 숙제로 남는다.
가스나 전기요금을 내지 못하거나 정부정책을 알지 못하여 끼니를 거르는 가정도 있을 것이고 또 개인적인 사정으로 스스로 고립되어 어렵게 사는 가정도 있을 것이다.
나눔운동이야 말로 문화시민으로서 추구해야 할 최고의 가치며 진정한 시민문화의 완성이라 생각한다. 설 명절을 앞두고 의지 할 곳 없는 이웃이 있는지 살펴보자. 그리고 문화시민 나눔운동을 통하여 진정한 문화도시 부천을 만들어 가자./조기현 부천 원미구청 복지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