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석봉 인천시의회 산업위원장
가끔 개그방송을 보면서 이해가 잘 되지 않아 썰렁한 대목이 많지만 그래도 고개가 끄덕여지는 내용을 만나 웃음을 짓는 경우가 종종 있다. 아무 생각도 하지 말고 그저 편안히 웃고 즐기는 것이 개그라고는 하지만 그래도 소재가 너무 젊고 패러디가 많다 보니 그 번뜩이는 재치를 다 소화하지를 못해서 별로 즐기지 못하는 장르이기도 하다.
그런데 그 개그가 유통시키는 말들이 일상생활에서 아주 감칠나게 쓰이고 있으니, '조사하면 다 나와!'라든가 '까이거 뭐 대충!' 등은 내가 자주 써 먹는 재미있는 말들이서 이따금 그럴듯한 새로운 말들을 만나게 되면 써먹기 위해 수첩에 적어놓는 수선도 떨곤 한다.
어느 날 문득 인천 송도의 경제자유구역 안에 바이오 허브단지를 만들겠다는 계획이 발표되면서, 그 배경을 놓고 이러쿵저러쿵 시비가 엇갈리더니, 특혜다 아니다, 국책 사업이다 아니다, 기어이 해 낼 것이다 안 된다 등으로 첨예하게 대립하는 양상을 띠어 가고 있다. 조사하면 다 나올 줄 알았는지 필자도 관계 공무원을 여러 차례 만나서 내용을 파악해 보았지만, '까이거 뭐 대충'하는 마음으로 조사를 한 것인지, 도대체 누구 말이 옳은지 알 길이 없다.
필사의 노력으로 경제자유구역 사업을 성공시키려는 우리 공무원들의 정책적 판단을 믿고, 가다가 산에 막히면 돌아서 가는 한이 있더라도, 그들의 의지에 찬물을 끼얹는 짓은 하지 말아야 한다고 다짐을 하고 또 하지만, 혹여 그들도 '까이거 뭐 대충'하는 마음을 먹는 것은 아닐까 불안한 마음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한 열흘 전쯤, 부산에서 전문 의료인들이 모여 토론회를 하면서, 인천 송도의 바이오 허브 전략을 놓고 우려의 목소리를 냈는가 보다. 이는 실증적 사업 전략이 될 수 없으며, 의료기기나 약품생산시설, 기초 및 임상연구시설, 병원시설이 클러스터를 이뤄 시너지 효과를 보겠다는 첨단의학의 메카 조성사업은 경제적으로나 산업공학 측면에서 결코 성공을 기대하기가 어렵다고 진단하면서, 그 예로 외국의 병원들은 암 등 최첨단 의료시설과 인력을 절대로 보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다. 더구나 특별법 등 제도적인 뒷받침이 지지부진한 상황이라서 삼성·아산 등 국내 유수의 병원들까지도 유보적 의사표시를 했다고 하는데, 이에 대해 인천 경제청의 한 관계자는 2008년 말까지 1단계 사업을 완성시킬 것이며 서서히 그 속도를 높이겠다는 의지를 재천명했다고 한다.
전문가들의 진단이라고 하여 전적으로 옳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무릇 정치적 결단에 의해 불가능하다고 걱정했던 일들이 상상할 수 없는 커다란 성과를 이루어 냈던 것도 우리는 여러 번 경험해 보지 않았던가!
그러나 그러한 일은 총체적 에너지를 한 곳에 집중하는 초유의 결단일 때 가능한 것이지, 일상의 일에 늘 적용되는 것은 아님을 알아야 한다. 또한 성공이라는 포장아래 수많은 가슴 아픈 실패가 감춰져 있음도 간과해서는 안 될 일인 것이다.
차츰 경제자유구역 사업의 또 다른 여러 정책들도 그 성공 여부가 불안한 조짐을 보이고, '국가적 외면'이라는 이 무서운 현실의 장벽이 여전히 버티고 있는 마당에, 우리는 더욱 더 촉각을 곤두세우고, 소수점 하나라도 면밀히 점검해야 하지 않겠는가.
부디 마음 문을 활짝 열어 놓고 작은 걱정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이는 자세로 국가의 대사를 고민해 주기를 바라고 싶은 것이다. '형님, 저는 땅굴을 파서라도 끝까지 가서 바이오 허브단지를 조성하고 오겠습니다. 형님!'하는 일은 없기를 바란다./강석봉 인천시의회 산업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