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송경호 사회부장
지역사회에서 인천일보를 둘러싼 논란이 분분하다. 더불어 최근 3개월여 계속되고 있는 사태는 숱한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인천일보와의 이해 관계자가 아니더라도 '사상초유'라는 수식이 붙은 일들이 언론사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벌어지고 있는 데 대해 자못 안타까운 눈길을 보내고 있다.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사상초유'로 이어지는 저간의 사정을 정리하면 이렇다.
# 잇단 '사상초유' 시리즈
'사상초유'의 서막은 회장, 대표이사, 모든 부서의 국장 등 전 경영진들이 아무런 책임도 미련도 없다는 듯 무리를 지어 회사를 떠나면서 비롯됐다. 이유와 배경에 여러 가지 '상황의 불가피성' 등이 따라 붙지만 그건 경영진이라면 마땅히 주도적으로 풀어나가야 할 과제일 뿐이라는 점에서 그다지 설득력을 갖지 못한다. 경영의 총체적 책임을 져야하는 경영진이 '남의 탓'을 늘어놓는 것은 곧 스스로 무능을 고백하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
'사상초유'의 하이라이트는 지난해 11월22일 벌어진 일이다. 다시는 발 들이지 않겠다는 듯 떼 지어 나갔던 이들은 '용역회사직원' 수 십 명을 대동하고 회사에 진입했다. 건장한 체구의 용역들은 물리력을 앞세워 편집국까지 난입, 지역사회는 물론 국내 언론계를 아연 경악하게 했다. 언론사 주주와 경영진을 자임하는 자들이 주도한 일 치고는 너무도 비도덕적이었기 때문이다.
'사상초유'의 기록은 이밖에도 적지 않다. 그 가운데 전 경영진의 총파업(?)으로 누구도 경영을 책임지지 않은 상황에서 언론사의 빚을 직원들이 보증 선 일은 압권이다. 박봉의 월급조차 받지 못한 구성원들이 정상적 신문발행을 위해 이렇게 나선 것은 언론사가 어느 누구의 전유물이 아닌 사회적 공기(公器)라는 인식 때문이었다. 이들에게 있어 봉급을 못 받더라도 신문용지는 사야한다는 것은 토론 거리조차 되지 않는 당연한 일이었다.
# 사유물인가 공적자산인가
인천일보에서 최근 3개월여 동안 벌어지고 있는 일들은 이렇듯 놀라움의 연속이다. 격랑 속에서 100일 가까운 시간이 흘렀지만 해결을 위한 실마리는 쉽게 풀리지 않고 있다.
하지만 매우 복잡하고 어렵게 비쳐지는 인천일보 사태의 본질은 뜻밖에 단 한 마디로 압축될 수 있다. 즉, (주)인천일보라는 언론사를 몇몇 자본가의 사유물로 볼 것인가, 아니면 지역사회의 공적 자산으로 볼 것인가 하는 것으로 요약된다는 얘기다.
여론조사에 부치면 초등학생 정도를 뺀 누구나 다 후자에 응답할 정도로 초보적 상식에 속하는 이런 이야기는, 아쉽게도 일부 주주들에게는 그야말로 씨알도 안 먹히는 이야기여서 사태 해결을 어렵게 하고 있다.
도저히 믿기 어려운 얘기지만 특정 인사들은 오히려 돈의 힘을 앞세워 19년 지역사회를 지켜온 인천일보사의 폐업 또는 인천일보의 휴간 등을 들먹였다는 얘기도 들린다. 언론 사유화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인식이 놀랍거니와, 자칭 언론인이라는 일부가 이에 맞장구치고 있는 현실이 참담하다.
# 언론 경영인, 언론인의 조건
저간의 사정이 이렇기에 세상은 언론의 공공성 유지를 위해 매우 다양한 주문을 내놓고 있다. 주주들의 높은 도덕성과 준법정신, 주식의 고른 분포, 노동조합과 자본의 건강한 긴장관계, 언론사에 시민사회 참여 보장 등은 기본이다. 비도덕적 자본가들은 아연실색하겠지만 이런 사항들은 자본주의가 고도로 발전한 나라일수록 되레 더 강조되고 있는 추세다. 오히려 더 엄격한 사회적 시스템으로 부적절한 자본의 언론사 간여를 원천봉쇄하는 사례도 얼마든지 볼 수 있다.
국내에도 이런 사례를 일부 적용, 지역언론을 국민세금으로 지원하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경우 지원 대상 언론사 선정에 있어 주주들의 위법사실 여부를 중요한 판단 기준으로 삼고 있다.
# 주인인 독자가 나서야
결론적으로 최근 인천일보 사태는 일부 관계자들이 언론의 공공성 강화를 위한 여러 제도적 장치들을 무력화하고 언론 사유화를 강화하려는 과정에서 불거진 것으로 요약된다.
그렇게 본다면 지난 3개월은 언론사를 돈만 있으면 문을 닫든 신문을 중단하든 아무렇게나 해도 상관없다고 여기는 이들이 마음껏 농단한 시간이 된다. 이는 독자와 구성원뿐 아니라 지난 19년 인천일보를 지키고 가꿔온 다수 주주들과 이사들에게도 대단한 모욕이다.
따라서 이번 주총은 이러한 그릇된 인식을 바로잡는 한편, 공익적 관점에서 사태를 마무리할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해야 한다.
주주총회가 3일 앞으로 다가오면 지역사회의 관심이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30여개 시민사회단체들도 나섰다.
독자 여러분들도 인천일보의 주인된 입장에서 17일 주총에 깊은 관심을 갖고, 과연 어떤 결론이 내려지는지 두 눈 크게 뜨고 지켜봐주시길 당부한다./송경호 사회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