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독자 투고란에 단골로 등장하는 메뉴 중 하나가 어려운 한자, 전문용어 투성이인 문화재 안내판을 쉽게 고쳐달라는 것이다. 비단 일반국민들 뿐만 아니라 문화재 전문가들도 관계당국에 줄기차게 이런 요구를 해왔다. 그럼에도 안내판은 좀처럼 바뀌지 않았다.

 마침내 학자들만 알아들을 수 있을 것 같던, 그나마 개중에는 틀린 내용을 버젓이 사실인양 전하고 있는 문화재 안내판이 중학생 정도면 알아들을 수 있는 수준으로 바뀔 모양이다.

 문화재청은 어려운 한자와 전문용어로 이뤄져 있는 전국의 모든 문화재 안내판을 관광객이 이해하기 쉬운 내용으로 고치기로 했다고 3일 밝혔다. 이를 위해 오래된 기존 안내판을 어려운 용어만 한글로 풀어헤쳐 교체하는 것으로는 효과가 없다고 판단하고 안내문안의 정비, 문안집필 및 감수, 영문번역을 위한 세부지침을 마련했다.

 이 계획에 따르면 안내문안은 지금같은 건축설명 중심에서 벗어나 문화재 조성연대와 이에 얽힌 신화·전설, 문화재의 특징과 가치 및 상징적 의미를 설명하는 한편 쉬운 문장작성을 위해 중·고교 교사가 참여토록 했다. 〈연합〉

 또한 문화재 안내판마다 개별관리코드를 매겨 체계적인 관리는 물론 정비실적까지 기록하도록 함으로써 관련자들의 책임을 묻도록 했고 설치형태도 문화재 및 주변특성에 맞게 디자인을 자율화한다.

 문화재청은 이러한 정비지침을 각 시·도에 보내 안내판 실태를 파악한 뒤 국보나 보물 등 국가지정 문화재부터 서둘러 정비하되 세계문화유산과 민속마을, 경주 등 고도지역의 문화재에 대해 우선 시행키로 했다.

 현재 문화재 안내판은 국가지정 1천7백67건, 시·도지정 3천5백88건, 궁·능·원 178건 등 모두 5천5백33건에 설치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