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식민지시대 군위안부로 중국-러시아 접경지역에 끌려갔던 할머니가 추석을 앞두고 64년만에 영주귀국했다.

 지난 7일 입국, 위안부 피해자 보호시설인 광주군 「나눔의 집」에서 살고있는 문명금 할머니(82).

 지난해 훈할머니에 이어 두번째로 해외에서 살고 있는 일본군 위안부로서 외국국적을 포기하고 영주귀국한 문할머니는 지난 35년 18세의 어린 나이로 병든 아버지의 약값을 마련하기 위해 한국인 모집책을 따라갔던 이후 중국 헤이룽장(黑龍江)성 순우(孫吳)현에서 꼬박 10년간 고통스러운 위안부 생활을 해야 했다.

 문할머니는 당시 상황에 대해 『위안부 50명이 일본인 장교회관에서 하루 수십명씩 상대하며 진저리쳐지는 생활을 했다』며 『말을 듣지 않으면 사병 위안소로 보내버리겠다고 위협했다』며 울음을 터뜨렸다.

 할머니는 전쟁이 끝난 뒤 너무 부끄러운 생각에 중국에 그대로 남아 인근에 사는 조선족과 결혼했지만 지난 78년 남편과도 사별하고 3년전부터는 허름한 양로원에 들어가 후손도 없이 쓸쓸한 여생을 보내고 있었다.

 이같은 할머니의 사연이 전해진 것은 지난해 4월.

 일제시대 위안부를 연구하던 한 중국인 유학생이 우연히 「나눔의 집」 원장인 혜진스님에게 문할머니의 사연을 전했고 혜진스님은 곧바로 중국을 방문, 할머니를 만났다.

 18세의 꽃다운 나이에 고국을 떠났다 팔순 노인이 돼 돌아온 문할머니는 전남 광양에 사는 두 동생과 만나는 등 새 생활을 하면서 『그동안 죽고 싶다는 생각만 하고 살았는데…. 이제는 다른 위안부 할머니들과 일본군의 만행을 세상에 알리면서 여생을 보내고 싶다』며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광주=박광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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