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권면 인천보훈지청장
각종 행사시 국민의례의 순서중 하나인 순국선열에 대한 묵념이 있는데 순국선열에 대하여 정확한 의미를 알고 있는 사람은 드물다.
독립유공자예우에 관한 법률 제4조에서 순국선열은 '일제의 국권침탈 전후로부터 1945년 8월 14일까지 국내외에서 일제의 국권침탈을 반대하거나 독립운동을 하기 위해 항거하다가 그로 인해 순국한 자로서 그 공로로 건국훈장·건국포장 또는 대통령표창을 받은 자'라고 규정되어 있고 광복회 자료에는 순국선열은 독립을 하다가 전사, 형사, 옥사, 자결, 피살 등으로 순국하신 분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동안 정부에서 독립유공자로 포상하신 분은 지난 8월 15일 광복절 포상자까지 합해 전체 1만623명인데 그분들 중 위와 같은 기준으로 분류하면 순국선열은 대략 3천5백여명 정도 될 것이다.
일제에게 침탈당한 국권 회복을 위한 독립운동은 시간적으로는 일제의 명성황후 시해사건 및 강압적인 단발령시행에 따라 일어난 1895년 을미의병부터 1945년 광복을 맞을 때까지 장구한 세월에 걸쳐, 공간적으로는 국내는 물론 만주, 중국관내, 러시아, 일본을 비롯한 전 세계에서 광범위하게 전개됐다. 그런데 명성황후 시해의 을미사변 이후 광복시까지 장장 50여년이라는 장구한 기간 동안 독립운동을 하시다가 순국하신 분이 과연 3천5백여명 밖에 안되는가?
필자가 국가보훈처 보훈선양국 공훈심사과에서 독립유공자 포상 담당 사무관으로 근무할 때 독립운동으로 순국하신 분들이 얼마나 되는지 문헌을 통해 조사해 본 적이 있었다. 그 결과 독립운동에 참여하신 분은 약 3백만명이나 되고 독립운동으로 순국하신 분도 무려 14만7천357명이나 된다는 사실을 보고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때 정리한 독립운동 계열별 순국자의 현황을 보면 다음과 같다.
(1) 의병전쟁중 순국자로 박은식 선생의 민족지혈사와 안중근의사가 법정 진술한 자료를 종합하면 대략 10만여분으로 추산된다. (2) 3·1 운동에서 순국하신 분들은 조선의용대지, 진광지 등의 자료에서 7천709분인 것으로 기록돼 있으며 (3) 경신참변때 순국한 분은 임시정부 발행 독립신문에서 3천693분으로 기록돼 있다. (4) 3·1운동부터 1931년 만주국 설립직전까지 문일민 선생의 한국독립운동사에서는 남만에서 7천867명, 동북만에서 5천903명, 갑산·산수 방면에서 1천233명으로 총 1만5천3명이 순국한 것으로 기록돼 있으며 (5) 1931년 만주국 설립부터 1945년 광복까지 문일민 선생과 김승학 선생의 한국독립사 기록상 남만에서 1만2천386명 동북만에서 8천767명 등 2만1천153분이 순국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 이같이 15만여분이 독립운동으로 순국했음에도 지금까지 독립유공자로 포상된 인원은 순국선열을 포함, 불과 1만여명 밖에 안되는 것은 독립운동에 대한 자료 대부분이 소실되었기 때문인 점을 생각할 때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11월 17일 오늘이 '순국선열의 날'이다. 1939년 11월 21일, 대한민국임시정부 '임시의정원' 제31차 총회에서는 순국한 많은 선열들을 추모하기 위해 1905년 을사늑약이 체결되던 11월 17일을 '순국선열 공동기념일'로 정하여 행사를 이어오다가 지난 1997년 5월 9일 '각종 기념일 등에 관한 규정'을 대통령령으로 개정해 정부주관 공식기념일로 복원·제정했다.
인천광역시에서는 오늘 오전 11시에 문학동에 있는 광복회관에서 행정부시장과 광복회원 등이 참석하여 순국선열의 날 행사가 있을 예정이다. 제67회 순국선열의 날을 맞아 우리 모두 숭고한 선열들의 애국애족정신을 가슴에 품고 온 국민의 뜻을 모아 당면한 수많은 난관을 극복하고 21세기 동북아 중심국가로 도약할 수 있도록 다같이 힘을 합하자./송권면 인천보훈지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