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박인자 인천 가좌동 새싹유치원장
"내 아이를 진정으로 사랑한다면 지는 법을 가르쳐라. 그리고 내 아이의 행복을 보고 싶다면 남의 아이를 키워라".
7~8년 전 내가 읽어본 "나는 늘 새엄마이고 싶다"는 책에 담겨있는 내용이 생각나서 한 말이다. 치열한 무한 경쟁사회에서 살길은 오로지 이기는 것 밖에 없다는 일반적인 가치관을 생각할 때 이 주장은 엉뚱하기도 하지만 사뭇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온다.
내 아이의 행복을 위해서라도 남의 아이를 키우라는 주장 역시 파격적이다.
이 책 저자의 지론은 훌륭한 사람은 남에게 보탬이 되는 사람이며 질 줄 아는 사람만이 여유 있고 풍요로운 삶을 살 수 있다는 관점에서 출발한다. 따라서 교육이나 인생목표도 남에게 보탬이 되는 방향으로 설정해야 하며 그랬을 때 자신과 가정, 사회, 인류에 두루 이바지 할 수 있다고 본다.
우리네 부모들은 아이를 키우면서 무슨 일에서도 결코 지는 것은 안 되는 것처럼 아이들을 몰아세우는 경우가 많다.
부모들은 자기 아이가 남의 아이들보다 공부도 잘하고 힘도 더 새고 키도 더 크고 달리기도 남보다 더 잘 하기를 원하는데 그치지 않고 온갖 수단과 방법을 다 동원해서 실제로 그렇게 되도록 몰아 부친다.
부모들은 아이가 누군가와 다투고 징징 울면서 들어오면 분을 삭이지 못해 아이를 윽박지른다. 내 자식이 남의 아이를 때려서 치료비를 물어 주는 한이 있더라도 맞고 들어오는 꼴은 보지 못한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인간은 모든 다른 동물과 마찬가지로 이기는 법을 뱃속에서 터득하고 나오므로 가정이나 학교에서 구태여 이를 따로 가르칠 필요가 없다. 그러나 남에게 지는 방법은 누구도 가르치지 않는다.
현실을 보면 우리 사회에서는 이기는 것보다 지는 일이 훨씬 많게 마련이다. 큰 조직이든 작은 조직이든 어른들의 세계이든 아이들의 세계이든 1등은 한명뿐이고 그 한명의 1등 때문에 수많은 사람들이 패배와 좌절의 쓰라림을 맛보아야 한다.
따라서 어렸을 적부터 지는 연습을 하는 것은 참으로 중요하다.
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을 때 다른 사람과 타협할 줄 알고 자신의 의견이 채택되지 않더라도 자존심이 상해 우울증이나 신경증에 시달리는 일이 없도록 꾸준히 교육을 받고 훈련을 받을 필요가 있다.
지는데 익숙한 아이, 져도 스트레스를 덜 받는 아이, 지면서도 남을 이해할 줄 아는 아이야 말로 진정으로 남을 위하고 사회를 위하는 귀중한 사람으로 존경받을 지 모른다. 반드시 이겨야 한다는 강박감을 지니고 사는 아이들은 패배가 더 많은 사회에서 쉽게 좌절에 빠지게 되고 스트레스 해소방법을 알지 못한 채 뒤쳐지고 만다.
지는 것을 배운다는 이야기는 타인의 존재를 인정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남의 몫을 존중해주고 남에게 양보할 줄 아는 마음을 기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처럼 타인을 위하여 자신을 희생하는 아름다운 사회가 되기 위해서는 지는 것에 대한 교육이 전제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박인자 인천 가좌동 새싹유치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