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데스크 칼럼 ▧
공무원노조가 신중대 안양시장을 비롯한 10여명의 공무원들을 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지 어느덧 보름이 지났다. 검찰의 수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검찰은 고발 사흘 뒤인 지난달 27일 안양시청의 주요 해당 부서에 대한 압수수색을 단행한 데 이어 연일 관계자들을 불러 조사하고 있다. 선거법 시효가 이달 말로 끝나는 것을 감안해 서두르고 있는 듯하다.
검찰 수사가 진행되면서 안양시의 분위기는 흉흉하다. 고발된 공무원들은 물론이거니와 그들의 상사 또는 동료들 역시 마음이 편할리 없다. 고발 당사자인 공무원노조 집행부 역시 사태에 대한 뜨거운 논쟁의 한복판에서 버거운 표정이다.
시민사회 역시 매한가지다. 지역사회가 추악한 관권선거 논란의 중심지로 떠오른데 대해 심기가 몹시 불편하다.
이렇듯 지역사회가 온통 떠들썩하지만 정작 안양시의 수장이자 사건의 핵심적 위치에 있는 신중대 시장은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사태와 관련한 공식·공개적 발언은 단 한마디도 알려진 게 없다. 마치 이번 사태가 자신과는 아무 상관도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것처럼 보인다.
반면 고발된 몇몇 공직자들은 그야말로 '총대'를 메겠나고 나섰다. 모든 것이 자신의 자발적 행위며, 그 책임은 전적으로 자신에게 있다고 강변한다.
바꿔 말하자면 선거 당시 후보로 나섰던 신 시장은 아무 것도 몰랐으며, 지시한 바도 없었단 얘기가 된다.
진실 또는 속내야 어떻든 제 한 몸 기꺼이 내던져 조직의 수장을 보호하려는 그 충정이 한편 가상하되 다른 한편 애처롭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치 한편의 삼류 건달영화를 연상케하는 이 우중충한 그림 속의 주인공은 여전히 묵묵부답이다. 그저 "모든 것은 법정에서 가려질 것"이라는 하나마나한 얘기만 방귀 새나오듯 흘러나온다.
신 시장의 이러한 모호하고 어정쩡한 태도는 이른바 '총대'들과 견줄 때 무척 대조적이다. '총대'들은 용맹하되 침묵은 초라하다.
신 시장이야 전공대로 법의 논리를 들 것이다. 진실이야 알 수 없는 노릇이지만 예상컨데 '일부 공직자들의 과잉충정 또는 실수'에서 비롯된 일 쯤으로 치부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볼 때 자신도 피해자로 여기면서 무척 억울해 할 수도 있겠다.
설사 사태의 배경이 그렇다 하더라도 묵묵부답은 무책임하다. 무릇 모든 조직의 수장이 떠안고 있는 책임과 권한은 엄중하기 때문이다.
하다못해 동네 친목모임의 지도자도 조직의 모든 일에 대한 총체적 책임을 진다. 하물며 '주사급 시장'이란 별호가 붙을만큼 시정의 시시콜콜한 부분까지 총체적으로 꿰뚫고 있는 신 시장의 경우 권한의 크기만큼이나 그 책임도 막중하다.
그런데도 엄청난 파문을 일으키고 있는데다 연일 공무원들이 검찰을 들락날락거리는 상황을 지켜보면서 보름이 넘는 기간 동안 '모르쇠'로 일관한다는 것은 어떤 이유에서건 납득하기 어렵다. 60여만 시민의 대표이자 1천600여 공직자들을 지휘하고 있는 수장의 모습이라긴엔 궁색하기만 하다.
이번 사태를 원만하게 풀 수 있는 키는 결국 신 시장이 쥐고 있다고 본다.
일련의 상황을 주도했든 안 했든, 사전에 알았든 몰랐든 이른바 '총대'는 모름지기 조직의 수장이 메는 법이다. 법리(法理) 이전에 그보다 훨씬 무거운 도의·윤리적 잣대로 잴 때 그렇다눈 얘기다.
이번 사태가 자칫 잘못될 경우 그야말로 '앞 길이 구만리같은' 직원들이 공직을 떠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게 볼 때 신 시장의 결단은 더욱 긴요하다.
법의 판단은 법의 몫으로 남겨두되 조직의 수장으로서 모든 도의적·윤리적 책임을 지겠다는 당당하고 결연한 자세가 아쉽다.
어려운 순간 모든 것을 버리면서 끝내 부하직원을 지켰던 역사 속의 수많은 지도자들의 모습이 오늘날 왜이리 보기 어려운 것인지 그저 답답하기만 하다./송경호 제2사회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