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1월 26일 (목, 제24일)
오늘은 이번 여행의 마지막 날이다. 오늘은 페루의 수도, 산티아고(Santiago)와 교외에 있는 발파라이소(Valparaiso), '비냐 델 마르'(Vina del Mar)를 보고 밤 비행기로 귀국 길에 오르게 된다. 귀국도중 경유지는 페루의 리마(Lima)와 미국의 로스앤젤레스이다.
먼저 산티아고의 '구 시가'에 있는 아르마스 광장(Praza de Armas)으로 나갔다. 이곳은 시민들의 쉼터로 되어 있으며 나무가 우거진 광장에는 칠레가 스페인식민지로부터 독립한 독립기념비, 산티아고의 기초를 닦은 '페드로 데 발디비아'(Pedro de Valdivia)의 기마상(騎馬像)이 서있다. 광장주위에는 16세기에 건립된 카테드랄(Catedral, 대성당), 모네다 궁전(Palacio de la Moneda), 시청 등 정부 중요건물이 모여있다.
1541년, 발디비아 일행이 선주민(先住民)의 집요한 저항을 받으면서 이 땅에 들어왔을 때 먼저 거리중심에 성당을 건립하는 것이 계획되어 1558년에 이 카테드랄이 건립되었다.
카테드랄 근처의 자유광장과 헌법광장 사이에 있는 모네다(Moneda) 궁전으로 갔다. '모네다'라는 말은 스페인어로 돈이라는 뜻이다.
이 건물은 1737년에 착공하고 68년 후인1805년에 준공한 조폐국(造幣局)이었다. 이 건물이 대통령궁전으로 사용하기 시작한 것은 1846년부터라고 한다.
이 궁전을 유명하게 한 것은 1973년에 일어난 군부쿠데타이다. 군부쿠데타가 일어난 후 혁명군 전폭기는 이 궁전을 폭격하였으며 당시의 대통령 '살바도르 아젠데'(좌파정권)는 끝가지 모네다 궁전에서 항전하다 자결했다.
마침, 우리들이 궁전정문에 도착했을 때 '위병 교대식'을 하고있다. 하얀 제복을 말쑥하게 입은 위병은 교대식이 끝난 후 멋진 자세로 정문 옆에 서있다.
이정미 선생(고교 교사)이 위병의 팔에 매달리는(?) 포즈로 사진을 찍는데 위병은 조금도 자세를 흐트러뜨리지 않고 서있다. 모네다 궁전을 떠나 산타루시아의 언덕(해발630m)에 올라가니 산티아고 시내가 한 눈에 내려다보인다. 그러나 심한 공해로 거리전체가 부옇게 흐려있다.
중앙시장에 들렸다. 신선한 해산물, 야채, 과일, 인디헤나의 약초 등 여러 가지 물건들이 진열되어 있어 칠레 서민생활의 일부를 볼 수 있었다. 시장에는 작은 식당이 여러 개 있어 오늘의 점심식사로 이곳의 명물요리, '빠이나 마리나'(해산물 찌개)를 먹었다.
옛날에 유럽에서 이민 온 사람들이 만든 도시에는 그 후의 번영으로 사치스러운 건물이 많이 세워졌다. 오랜 세월이 지나고 근대화의의 물결이 밀려왔어도 마치 당시를 그리워하듯 서있는 식민지시대의 건물과 거리가 지금으로서는 남미가 걸어온 역사 자체로서 잘 보존되고 있다. '발파라이소'도 그런 도시의 하나이다.
'발파라이소'를 떠나고 근교에 있는 '비냐 델 마르'(Vina del Mar)에 갔다. '비냐 델 마르'는 '비냐'라는 애칭으로 불리고 있는 칠레의 유명한 리조트이다.
산티아고에서 자동차로 2시간이면 갈 수 있는 거리에 있어 주말에는 많은 인파가 몰린다.
12~3월의 여름시즌에는 피서객과 관광객이 모여들며, 그 이외의 계절에는 세련된 분위기의 차분하고 조용한 도시로 바뀐다.
'비냐 델 마르' 해안의 끝에 있는 곶(cape)에 서니 북쪽에는 한없이 계속되는 긴 백사장이 보인다. 산티아고로 돌아가는 길에 '비냐 델 마르' 고고학박물관에 들려 마당에 있는 모아이(moai) 석상의 사진을 재빨리 찍고 떠났다. 이 모아이 석상은 이스터(Easter) 섬에서 가져온 것이다. '모아이'는 힘의 상징으로 생각되었으며 10~17세기에 만들어졌다고 한다.
산티아고의 평양면옥에 도착한 것은 오후 8시가 다되어서다. 어제 밤에 이어 다시 한식으로 저녁을 먹고 산티아고 공항으로 나갔다. 이제, 긴 이번 여행도 끝나간다. 오후 11시에 산티아고 공항을 이륙했다. 이륙하고 한참 후 눈을 감으니 이번 여행의 지난 20여 일간에 있었던 일들이 눈앞을 스쳐지나간다.
출발할 때부터 걱정했던 고소증(高所症)을 전원 극복한 일, 환상적인 우유니 소금평원에서 구름 속으로의 질주, 아르헨티나의 '페리토 모레노' 빙하에서 트레킹, 빙하가 깎아낸 조형미, 토레스 델 파이네 국립공원. 타티오 간혈천에서 정지선 선생이 거의 실신상태에서 구조된 일, 와카치나 사막의 신나는 '듄 사파리'(Dunes Safaris), 마젤란해협을 건너 막달레나 섬(펭귄 섬)에 갔던 일. 신비스러운 나스카의 지상그림 등이 주마등처럼 눈앞을 스쳐지나간다.
이번 여행은 고생도 많이 했지만 많은 것을 보고 배운, 매우 유익한 여행이었다.
칠레의 산티아고를 1월 26일 출발해서 인천공항에 도착한 것은 3일 후인 1월 28일이며, 비행시간만 무려 30시간 15분만이다. 정말 먼 곳에 다녀왔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