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식 서구체육회 수석부회장
"국민들이 고통 받고 있을 때 대통령님들께서는 얼마나 즐거우셨습니까?"
이 글귀는 지난번 전국체전 선수 격려차 전국체육대회장에 가는 길에 잠깐 들려간 청남대 대통령 별장 방명록에 적어 넣은 글이다. 방명록은 온통 "청남대 발전을 기원합니다" 또는 "대통령들께서 검소하게 지내셨군요"라는 문구 일색이다.
안내원은 너무 대조적인 글귀들에 대해 의아해 하는 관객들을 상대로 사람마다 생각이 다를 수 있으니 이런 글도 나올 수 있다는 말을 남기며 나를 유심히 쳐다보며 미소짓던 얼굴이 생각난다.
대통령 별장이 위치한 청남대는 임금왕자의 지형과 아홉 마리 용의 전설에 따라 좌청룡 우백호의 자세를 취하고 있어 천하 명당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하기야 풍수지리에 무지한 내가 보아도 댐을 중심으로 화려한 경관과 조경이 어우러져 있는 것을 볼 때 명당이구나 하는 생각을 갖는데 의심할 여지가 없다.
또한 이곳은 83년 1월부터 역대 대통령들께서 88회 400여일을 머물면서 정국에 대한 구상을 가다듬기도 하였고 금융실명제에 관한 대통령 긴급명령을 발표한 곳이란다.
우리가 집터나 부모산소를 명당에 자리 잡으면 자손이 번성하고 부자가 되고 벼슬길에 오른다는 전설은 삼척동자도 모두 아는 사실이다.
그런데 이렇게 천하 명당에 대통령의 별장을 갖고도 그들이 감옥을 다녀왔고 백담사 유배는 물론 자손들이 줄줄이 감옥을 드나들게 된 것 또한 아이러니 하다.
그뿐만 아니라 천하 명당에 대통령의 별장이 있는 나라의 경제가 왜 이렇게 어려운 지경에 처해 있으며 정치판은 왜 점점 시끄러워 지는지 모르겠다.
풍수지리에 의한 천하명당 이야기를 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청남대 대통령 별장을 일반인에게 공개한 배경 설명을 안내원으로부터 들으면서 느낀 점을 말하고자 한다. 역대 대통령 별장에 대해 많은 국민들이 내부 가구부터 모두가 값비싼 호화물건으로 장식되었을 것이란 생각을 갖고 있는 속에, 정부측에선 별장이 베일에 가려져 있었지만 실제 일반인들이 사용하는 가재도구와 별 차이가 없이 검소하게 생활하였다는 것을 부각시키고 있었다.
그러나 대통령 별장내의 대략 수백억 원을 들여 건설한 대통령 전용 골프장과 값을 결정 할 수 없는 다양한 희귀 관상수 5천여 그루를 조경한 막대한 비용에 대하여는 언급이 없는 것 또한 아쉽다.
그리고 그 엄청난 시설비용이 어떠한 돈으로 충당되었는지도 국민에게 공개되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이 든다.
대통령은 여름휴가와 명절 휴가 등 매년 5~6회 이용하여 20여년간 88회 400여일을 이곳에서 지냈다고 한다.
대통령이 1년에 단 며칠의 휴양을 위해 천문학적인 자금을 들여 건설된 별장을 사용하면서 역대 대통령께서 검소한 생활을 하였다고 하는 말을 국민들보고 믿으라는 것은 작은 손으로 하늘을 가리는 누를 범하고 있는 것이라고 본다.
청남대 대통령 별장을 강원도에 자리잡은 이승만 대통령의 별장과 이기붕 부통령 별장과는 큰 차이가 있을 것이란 생각은 하였으나 이처럼 호화판으로 많은 돈을 들여 건설된 별장인 줄은 미처 몰랐다.
이런 호화판 대통령 별장이 그동안 베일에 가려 국민들 관심조차 불러 일으키지 않았는데 2003년 4월 18일 노무현 대통령이 선거 공약을 이행하기 위해 개방하였다고 한다.
그러나 가히 개방한 대통령 별장이라면 국민 누구나 부담없이 돌아볼 수 있도록 입장료 징수 행위는 재검토되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