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눈치·추가 제재조치 염려 北과 무역거래 회피 사례 속출
단둥 해관 주변 북한 사람들. 지난 23일 중국 단둥(丹東)세관을 통해 단둥시내로 들어온 북한 사람들이 떼를 지어 길을 건너고 있다. /연합뉴스
중국이 공식적인 대북제재 조치를 발표하지는 않았지만 중국의 무역회사들이 북한과 거래를 회피하는 사례가 속출하면서 사실상 무역제재와 다름없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23일 중국 단둥(丹東)시에서 만난 북한의 무역일꾼들은 안보리 결의안이 통과된 이후 중국측 무역상대들이 신규 주문을 하지 않거나 계약 체결을 꺼리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단둥에서 만난 북한 무역성의 한 관계자는 "보름 가까이 출장을 나와 중국측 무역상들과 상담을 벌였지만 계약이 성사된 것은 단 1건도 없었다"며 "우리와 계약을 체결하고 싶은 마음이 있어도 정부 눈치를 보거나 추가 제재조치가 있을 것을 염려해 계약을 꺼리는 분위기"라며 낙담한 표정을 지었다.
이 관계자는 연합뉴스 기자에게 자신을 무역성 소속한 회사의 간부라고 소개하면서 "작년 10월 미국이 마카오에 있는 우리 계좌를 동결한 직후부터 이런 현상이 나타나더니 제재 결의가 나오고 나서는 더욱 심해졌다"고 덧붙였다.
중국으로 출장 나왔다가 이날 귀국 보따리를 싸서 단둥세관에 나온 북한의 한 무역회사 간부는 "중국측 무역업자와 토론(상담)은 많이 벌였지만 우리가 처음 기대했던 것보다 실적이 별로 좋지 않다"며 한숨을 내쉬기도 했다.
북한의 일부 무역회사는 중국으로 수출길이 막히자 대만 등 제3국으로 새로운 판로를 뚫어보려고도 하고 있지만 최근 북핵사태로 인해 북한과 거래를 회피하려는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상당히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의 무역일꾼들은 아직까지 중국이 공식적인 대북제재 조치를 발표하지 않았고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이 탕자쉬안(唐家璇) 특사를 보내 중재외교를 시도했다는 점에 주목하면서도 중국에 느끼는 서운한 감정을 드러내는 것도 잊지 않았다.
북한의 한 국영 무역회사 관계자는 "중국은 입으로만 혈맹이라고 떠들지 우리가 고난의 행군을 겪을 때 남쪽에서 도와줬지 중국이 해준 게 뭐가 있느냐"며 "미국이 금융제재를 하자 중국은 한술 더떠 우리 계좌 자료까지 넘겨주면서 미국을 도왔다"며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단둥의 한 북한식당 앞에서 만난 한 무역일꾼도 "중국은 우리가 무서워서라도 절대 대북제재에 나서지 못할 것"이라면서 "핵을 가진 나라를 상대로 제재를 가해서 성공한 사례가 없지 않느냐, 우리는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주말을 맞아 이틀간 휴무했던 단둥세관은 이날 정상적으로 문을 다시 열고 평온한 분위기에서 한 주를 시작했다.
월요일 이어서 인지 신의주에서 중국으로 들어오는 북한 화물차가 다른 요일에 비해 줄어든 느낌이었다.
그러나 세관 건물 안에 있는 검색대 주변은 이날 오후 1시신의주를 출발해 평양으로 가는 정기열차를 타기 위해 신의주로 건너가려는 사람들로 붐비는 모습이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