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으로 보는 히로시마 이야기
긴 추석 연휴가 끝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 월요일 한낮, 불현듯 들려온 북한의 핵실험이 성공했다는 보도는 경악과 분노를 넘어 우리 국민들을 깊은 슬픔에 잠기게 한 소식이었다.
전세계 유일의 분단국가가 자리 잡은 한반도의 냉엄한 현실을 비로소 섬뜩하게 자각하는 한편으로, 어쩌다 이 지경에까지 이르러야만 했는지 분노와 안타까움을 토로하게 되고, 이 땅에서 다시 전쟁이 발발한다면 어찌될 것인지, 실로 끔찍한 상상을 강요받았다.
다행히 우리 국민들은 큰 동요 없이 이번 사태를 해결할 참된 방안을 고대하고 있는 듯하다. 그리고 이번 사태를 통해서 새삼 이 땅에서 다시는 전쟁이 되풀이되어서는 안 된다는, 평화에 대한 소중한 자각과 각오를 다지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특히나 이제 막 자라는 우리 아이들에게는 이번 사태가 놀라움과 분노의 감정을 넘어서 화해와 평화의 가치를 소중하게 인식하는 계기로 승화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8월 6일 월요일 아침 8시 16분, 일본의 오래된 평화로운 도시 히로시마에는 작은 폭탄이 하나 떨어졌다.

미국 티니안 섬의 공군기지를 출발한 에놀라게이 비행기에서 투하된 원자폭탄은 43초간 낙하하다가 목표지점에서 280미터 벗어난 히로시마 시 사이구카치의 시마병원 상공 580미터에서 폭발하였다. 순간 히로시마 전역에서는 '빛의 폭발'이 목격되었다.
원자탄이 터지면서 일어나는 밝은 섬광과 귀가 먹을 정도의 굉음은 엄청난 열과 방사선을 품어내면서 연이어 거센 폭풍을 불러일으켜 도시 전체를 집어삼켰다. 모든 것을 파괴하고 사라지게 한 폭풍이 잦아들자 기괴한 정적과 함께 불길이 솟아오르며 히로시마를 지옥의 풍경으로 변화시켰다.'
위의 묘사는 그림으로 보는 히로시마 이야기인 '히로시마-되풀이해선 안 될 비극'(사계절, 2004)에 생생하게 묘사된 1945년 8월 히로시마 원폭투하의 순간이다.
1942년 히로시마에서 태어나 원자폭탄이 떨어졌을 때 겨우 세 살이었던 저자 나스 마사모토는 폭심에서 겨우 3킬로미터 떨어진 집에 있었다고 한다.
그는 운 좋게도 약간의 부상만 입고 살아나서 결코 일어나서는 안 될 이 역사의 비극을 어린 소년 타로의 영혼의 시선을 통해서 글로 옮겼다.
여기에 니시무라 시게오의 생생한 그림이 곁들여져서 어린이들과 어른이 함께 볼 수 있도록 구성했다. 크게 4개의 단락으로 이루어져 있는 이 작품은 전쟁 전 히로시마의 평화로운 모습과 전쟁 후의 모습을 대비시켜 보여주고, 원폭 투하의 순간과 그 폭발이 가져온 끔찍한 재앙의 모습과 폭격 후 아픔 속에서 재건되어 가는 도시의 모습, 그리고 전쟁 뒤 세계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를 소상하게 알려준다.
히로시마 원폭의 희생자인 어린 소년 타로의 영혼이 처참했던 히로시마의 이곳저곳으로 독자들을 안내하면서 그림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이야기와, 역사적 배경, 핵무기의 원리, 그것이 사람에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한 해설들이 적절히 곁들여진 이 책은 아이들과 함께 부모가 함께 읽어야 할 책이다.
처참하면서 슬픈 여로의 끝에 어린 타로의 영혼은 우리에게 이렇게 속삭인다. "그 가혹한 운명의 날에 히로시마에서 일어난 일을 영원히 잊혀지지 않게, 그리고 결코 되풀이되지 않게 만드는 일은 오늘을 사는 우리 모두의 몫입니다."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