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중재자 역할 지속 가능성 내비쳐
후진타오(胡錦濤·사진) 중국 국가주석은 북한에 대해 "더이상 사태를 악화시키게 될 행동을 하지 말라"고 촉구했다.
후진타오 주석은 9일 밤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과 전화로 북한의 핵실험 실시에 따른 대책을 논의, 이렇게 말하고 관련 국들도 냉정하게 대처하기를 바랐다고 중국 외교부가 10일 웹사이트를 통해 밝혔다.
중국 언론에 따르면 후 주석은 "관련 국들이 지속적인 대화와 협상을 통해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상황을 악화시키거나 제어할 수 없는 행동을 하는 것을 피하게 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후 주석은 "중국은 한반도의 비핵화를 일관되게 주장하며 핵확산에 반대 해왔다"고 밝히고 대화와 협상을 통해 한반도 핵문제를 해결하자는 것이 중국의 변치 않는 정책이라고 강조했다.
후 주석이 북한의 핵실험에 대해 이처럼 분노에 가까운 발언을 한것은 핵실험 강행을 '넘어서는 안 될 선'을 넘은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50여년간 확고한 혈맹관계를 유지해온 중국과 북한 사이의 균열이 미사일 시험발사와 중국의 유엔안전보장이사회 대북 결의안 지지 이후 더욱 벌어지게 될 가능성이 높아졌음을 의미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주도하는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 결의와 이에 따른 후속 조치에 중국이 순순히 동참할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후 주석의 이날 대북 언급은 중국 외교부가 성명에서 밝힌 중국의 입장을 확인한 것이지만 문제 해결을 위해 중국이 어떤 자세로 임할 것인지가 그의 발언 속에 녹아 있다.
그가 "미국과 공통 관심사인 중대한 국제 및 지역문제를 긴밀하게 소통하고 협의하길 원한다"고 밝힌 대목에서 문제 해결의 당사자는 북한과 미국이며 중국은 중재자로 역할을 계속할 것임을 내비쳤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점에서 북한에 대해 사태를 악화시키는 더이상의 행동을 중단하라고 촉구한 것은 현재 상황에서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중국의 의지를 북한에 보인 셈이다.
나아가 북한이 중국의 이런 인내 어린 호의를 무시하고 거듭 무리수를 둔다면 중국으로서도 지금까지와는 다른 대북정책을 구사하겠다는 통첩의 의미도 담고 있는것으로 해석된다.
관련국에 냉정한 대처를 당부하면서 아울러 대화와 협상을 통한 한반도 핵문제 해결이라는 중국의 정책을 재확인한 것은 뒤집어 보면 제재 등 강경 수단에 반대한다는 입장 표명이기도 하다.
이날 통화에서 후 주석은 "미국과 중대한 국제 및 지역문제를 긴밀하게 소통하고 협의하길 원한다"면서 "이는 중.미관계의 건강하고 안정된 발전은 물론 동북아 및 세계 평화 안정에도 유리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부시 대통령은 "북한의 핵실험은 위험한 길로 가는 것"이라고 지적하고 "국제사회는 단호하고 냉정한 공개성명을 발표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중국 외교부가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