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문종 안평대군 필첩 공개

 조선초 최대 명필로 꼽히는 5대 왕 문종(1414~1452)과 그의 둘째 동생

안평대군(1418~1453) 형제의 글씨를 함께 모아놓은 필첩(筆帖)이 발견돼

18일 공개됐다.

 이들이 생존해 있을 당시 이미 명필이라는 평판이 자자했으나 정작

현재 남아있는 작품은 몇편 되지 않는 실정에서 이 글씨첩이 발견됨으로써

글씨 하나만으로도 한 시대를 풍미했던 문종과 안평의 서예 전모가 좀 더

확실해지게 됐다.

 제목이 따로 없는 이 글씨첩은 강세황의 후손인 강종훈 성결대 교수가

소장하고 있는 수천편의 각종 고문서집인 「표암장서」에 들어있다.

 다음달 나올 계간 「문헌과 해석」 가을호에 관련 사진과 함께 이종묵

교수의 해설을 붙여 전모가 공개될 이 글씨첩은 1581년

심원해(1536~1589)가 황해도사로 있을 때 해주에서 목판으로 인쇄한

것이다.

 여기에는 문종과 안평대군이 쓴 시 15편이 21쪽에 걸쳐 수록돼 있는데

이들 작품 중 7편이 문종의 것이고 나머지 8편이 안평대군 작품인 것으로

밝혀졌다.

 한편 이 필첩에서는 조선 영·정조때 활약한 화가 표암(豹菴)

강세황(1713~1791)의 미공개 그림 1편도 아울러 나왔다. 〈연합〉

 특히 문종의 작품 7편 중 2편은 신라의 김생, 최치원 이후 조선까지

우리나라 대표적인 명필의 글씨를 모아 16세기에 편찬한 「해동명적」에

전하는 것과 똑같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작품 분석에 참가한 초서의 대가 박병호 서울대 명예교수와 조선

서예사전공 이완우 한빛문화재단 학예연구실장은 서체로 보아 이들 작품이

문종과 안평대군의 것임에 틀림없다고 말했다.

 지금 전해지고 있는 이들의 작품으로는 문종이 「해동명적」에 전하는

2편뿐이고 안평 또한 일본 천리대도서관 소장 몽유도원도에 쓴 발문 및

시와 국내 개인소장으로 국보로 지정된 1편 등 현존 작품은 몇 편에

지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