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태현 정치부장
'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적이 되는 곳, 영원한 것이 없는 공간', 바로 우리네 정치 현실이며, 선거판이다.
10·25 인천남동을 보궐선거가 한 달앞으로 다가왔다. 지난 14일 대법원의 확정판결로 이호웅 국회의원이 의원직을 상실한 지 열흘 남짓. 올해는 무사히 넘길 것 같았던 이 전의원의 정치자금법 관련 판결이 예고없이 이뤄지며 지역 정치권은 보선준비에 홍역을 치르고 있다. 각 당은 낙마한 이 전의원의 상심과는 달리 분주했다. 그런 탓에 대다수 정당 후보들의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그러나 각 당의 후보 선정과정을 보노라면 과연 이번 보선이 제대로 된 후보선택의 장이 될 지 의문이다.
민심이 떠난 정치권의 현주소를 반영하듯 각 당에서 선택한 후보들은 기존 인재풀의 범위를 넘지못했다. 그러나 보니 그 밥에 그 나물인 상태로, 보선은 그저 그들만의 리그로 치러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열린우리당은 청와대까지 나섰다는 후문속에 박우섭 전 인천남구청장을 보궐선거 후보로 내정한 상태다. 당초 본인을 포함해 3~4명의 후보군이 거론됐으나 여당의 입장에서 경쟁력을 감안하다보니 자연스럽게 박 전구청장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본인은 처음 강하게 고사했다고 한다. 남구에서 두번에 걸친 총선과 지방선거에 출마했던 그로서 지역구를 옮겨 출마한다는 것은 분명 큰 부담이었을 것이다. 여기에 한 차례 당적을 옮긴데 이어 이번에 출마지역까지 옮긴다면 향후 정치행보에 치명적인 흠이 남을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한나라당과의 정당지지도 격차는 개인의 역량으로 극복하기에는 어려운 현실이다. 결국 예정된 낙선의 길을 걸어야한다는 점이 그의 발목을 잡았을 것이다. 그러나 박 전구청장은 끝내 당의 요청에 출마를 결심했다고 한다. 여당으로서 후보를 내지 못할 정도로 인재풀이 부족한 현실속에 스스로 희생양이 되기를 결심했다는 설명이다. 저조한 정당지지도가 불러온 선거판의 한 단면이다.
이에 반해 한나라당은 이원복 남동을당원협의회 위원장과 기업인 출신 박제홍씨의 2파전 속에 이 위원장 쪽에 무게가 실리고 있는 분위기다. 같은 지역구에서만 다섯번째 총선에 출마, 한 번 당선되고 4번 낙선을 경험했던 이 위원장으로서는 백척간두의 심정으로 공천장 확보에 사력을 다하고 있다. 올해로 만 49세에 달하는 이 위원장의 정치입문은 누구보다 빨랐지만 기구했다.
13대 민주당으로, 14대에서는 통일국민당으로 출마, 제물포고 동문 선배인 강우혁 전 의원에게 연패당했다. 3당 합당으로 여당에 몸을 담은 뒤 YS로부터 공천을 받은 15대에서야 금배지를 달았다. 그러나 16·17대 총선에서는 또다른 동문 선배인 이호웅 전 의원에게 패배를 경험해야했다. 연합공천과 탄핵풍이 원인이었다. 동문 선배와의 싸움에서 그는 늘 후배라는 이유로 세간의 질타를 받아야했다. 이 위원장은 또다시 여섯번째 총선을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당내 공천경쟁에 나선 사람이 바로 제물포고 동문인 박제홍 씨라는 점에서 그의 동문과의 악연은 끝나지 않았다.
민주당의 경우 신경철 전 시의회의장의 출마가 유력한 것으로 보인다. 시장선거에 출마했던 탓에 인지도는 어느 정도 확보했다는 평을 받고 있는 신 전의장은 그러나 정치적으로 수많은 곡절을 겪어왔다. 민주당 소속으로 인천시의회에 입성한 그는 3선으로 시의회의장까지 역임했다. 폭력사건으로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세번째 출마는 이원복 위원장의 권유로 한나라당 공천을 받았다. 결국 의회 입성에 성공한 그는 시의회의장까지 거머쥐었다. 그는 그러나 지난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을 탈당, 민주당에 합류하며 시장선거 후보로 나섰다. 그런 신 전의장이 민주당으로 출마할 경우 자신을 한나라당에 입당시켜준 이원복 위원장과 맞서야한다. 냉혹한 정치현실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민주노동당의 경우 일찌감치 배진교남동을지구당위원장을 후보로 내세우고 있다. 각종 선거에서 꾸준히 시민들 앞에 서 온 배 위원장은 뚜렷한 소신과 젊음으로 총선에 도전한다. 지역내 다양한 현안을 다뤄온 인천연대 출신인 그는 단지 후보로서의 역할 외에 새로운 선거문화를 만들겠다는 각오다.
이렇듯 이번 보선에 나서는 후보들은 저마다의 사연을 안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이 이미 수 차례 각종 선거에서 얼굴을 내비친 인물들이라는 점에서 다소 식상하다. 어떻게 유권자들의 관심을 모으고 선거를 치를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