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전통 맛집]경남회집

 인천의 대표적인 시장으로 꼽히는 중구 신포시장안에는 제법 오래된

음식점과 주점들이 여럿 있다. 상인들이 즐겨찾는 칼국수집과 홍주를 파는

막걸리집, 부담없는 대폿집 등은 지난 몇십년의 세월이 고스란히 배어있는

곳이다.

 지금은 즐비하게 늘어선 이곳의 횟집중 가장 오래된 집이 신포동 9번지

「경남회집」(대표·박말순·76 ☎766-2388)이다.

 희수를 바라보는 주인 박말순씨가 바로 이자리에서 생선 도소매를

시작했던 것은 지금으로부터 43년전, 그때 나이가 서른셋이었다. 80년대

들어서 그터에 가게를 올리고 본인의 고향지역을 따 경남회집이라는

상호를 내걸게 된다.

 싱싱한 생선을 사오는 것 하나만은 자신있는 박씨는 망설일것도 없이

횟집을 차렸다. 당시 많이 즐겨찾는 어종으로는 단연 민어회. 자연스레

이곳이 내세우는 메뉴가 됐다.

 100% 자연산에 두껍게 썬 회로 소문이 나기 시작, 박씨 표현에 의하면

손바닥만한 홀에 점심, 저녁 할 것 없이 손님들이 몰려왔단다. 개점때부터

20년이 돼가는 단골들이 요즘 손님들중 5분의 1가량에다 나머지도 대부분

단골이라고 설명한다.

 회 못지않게 매운탕맛이 일품이라고 이곳을 찾는 이들은 이구동성으로

칭찬한다. 유난히 점심손님이 많은 것도 바로 그 이유에서다.

 『생선이 크고 싱싱하다 보니 탕이 맛있는 것은 당연하지요.』

어머니를 이어 2대째 주방을 담당하고 있는 딸 제정희씨(40)는 귀띔한다.

 다른 횟집들처럼 상차림이 푸짐하지도 않다. 주메뉴인 회와 매운탕,

그리고 김치와 젓갈 한가지. 일단 상을 받아본 이들이 밝히는 비결이란

곁들여나오는 밴댕이젓갈과 김치맛이 그만이라는 것. 게다가 매번 새로

지은 검은콩이 알맞게 섞인 밥이 입맛을 돋운다고. 한마디로 실속있는

식당이라는 설명이다.

 요즘도 박씨는 새벽 4시가 되면 큰아들 제영복씨(53)와 함께 연안부두

인천수협으로 장을 보러간다. 회를 뜨는 일도 아직 박씨 차지다. 그날

필요한 야채를 준비하다보면 어느새 점심, 잠깐 한가한 듯하다.(피로를

풀기 위해 잠깐 토끼잠을 잘수 있는 시간이 이때다) 다시 저녁장사를

하다보면 밤 10시를 넘기기가 일쑤. 특히 휴일에는 가족단위 손님들이

많아 아예 시장전체 정기휴일인 매달 두번째 일요일 하루로 쉬는날을

정했다.

 『불과 몇년전까지만 해도 자리가 없어 서서먹고 가는 손님들도

많았는데 요즘에는 아무래도 경기가 죽었지요. 새단장해서 이전하는 것이

어떻겠느냐는 권유도 많지만 어머니는 단골손님들의 정이 스민 이곳을

지키시겠다고 하십니다.』 대를 잇고 있는 딸 정희씨가 전한다.

〈김경수기자〉

kksoo@inchon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