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금호사회부장
"인천에서 근무할 때 지역사람을 사귀지 않았다. 선배와 동료들이 '인천에서 근무할때는 사람을 만나지 않는 것이 처신에 도움이 된다'는 말에 따라 아예 인천에서는 저녁식사도 하지 않았다." 사법기관 인천 책임자를 지낸 전 고위공직자 A씨의 말이다.
"인천에서는 근거없는 음해와 비방이 난무한다. 외부에서 사람을 만나면 자칫 구설에 휘말릴 수 있기 때문에 가급적 지역인사 만나기를 꺼렸다." 역시 인천에서 정부기관 책임자였던 B씨의 회고다.
"인천은 전국에서 인구비례로 비추어 보면 고소·고발과 진정사건이 가장 많은 곳이다. 지역사회가 남만 탓하는 잘못된 분위기가 팽배한 것 같아 안타깝다." 지역사법기관의 분석이다.
인천지역사회가 병들어 있다. 자신과는 별 상관 없는 일에 덤벼들고, 훼방을 놓는다. 특별한 경쟁관계도 아닌데도 비방하고, 음해한다. 사업에 성공하고 속칭 '잘 나간다'는 말을 듣는 이가 있으면 괜히 폄하하고 부정적인 면을 들춘다. 누군가 사법기관의 조사를 받으면 옹호하고 변호하는 것이 아니라 '이것 저것 잘못한 것이 더 있다'며 오히려 정보제공에 앞장선다.
남의 약점과 단점을 이용해 돈 벌이를 하는 사람도 많다. 끊임없이 고소·고발하고 시간을 끌면서 귀찮게 하면 '시간이 돈'인 사업가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돈을 내주고 만다. 아이러니 하게도 그게 경제적이기 때문이다. 이런 비열한 판에는 일부 법률가도 가세한다.
이렇다 보니 사법기관은 오히려 귀찮을 지경이다. 수사실적을 쌓을 수는 있지만 끊임없는 음해와 뒷얘기가 무성하기 때문에 수사 후에도 부담스럽다. 인천검찰에서 검사로 근무한 적이 있는 변호사 C씨는 "고소나 고발, 진정이 많은 인천이 수사실적을 올릴수 있어 일하기가 좋았다"며 "그러나 수사 도중이나 끝난 후에도 각종 음해와 비방이 끊이질 않아 뒷맛이 개운하지가 않았다"고 털어놨다.
인천지역사회의 이같은 부정적 분위기는 인천발전에도 결코 도움이 되지 못한다.
인천에서 근무한 적이 있는 중앙부처 고위공직자 D씨는 "인천 근무때의 좋지 않은 이미지 때문에 인천 문제가 현안으로 책상 앞에 놓였을때 왠지 도와주고 싶다는 생각보다는 귀찮다는 생각이 앞선다"며 "지역발전을 위해서는 경제적 투자만 능사가 아니라 지역사회 분위기를 건전하게 일신시키고 품위 향상 운동을 벌이는 것도 중요하다"고 꼬집었다. 이처럼 인천에 대해 부정적 인식을 하고 있는 고위공직자들이 중앙부처에서 정책결정을 하거나 또는 인천과 관련된 중요 사안을 다룰때 인천의 이익에 부합하는 판단을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결국 인천만 손해다.
인천은 경제적으로 눈부신 성장을 눈앞에 두고 있다. 송도국제도시를 필두로 국제도시로의 면모도 갖추어 나가는데 차질이 없어 보인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인천을 눈여겨 보고 있다. 그러나 정작 지역사회의 정서와 품위는 이런 성장과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새로운 도시발전과 이에 따른 정서적, 도덕적 가치의 상향이 요구되고 있는데도 과거의 저급한 사고의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인천에서 성장한 기업들이 한 때 서울 등 외지로 떠날때 인천지역사회는 그들을 비난만 했다. "인천에서 돈 벌더니 이제 인천을 떠난다고"말이다. 그러나 떠난 기업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수긍이 가는 점도 있다. 인천지역사회에 만연하고 있는 비방과 음해, 질시, 견제 등 부정적 요소들로 인해 기업경영은 물론 개인적 처신까지 어렵기 때문에 떠난다는 것이다. 기업들이 본사를 인천에 두고 크게 성장할 수 있도록 돕지는 못할 망정 깍아내리고 방해하는 분위기가 더 컸다는 얘기다.
이제 인천지역사회도 부정적 분위기에서 탈피해 긍정적 분위기로 변해야 한다. 남의 발목을 잡기 보다는 격려하고, 남의 탓이라고 비난하기보다는 내 탓이라는 여유로운 마음을 가져야 한다. 그래야만 인천이 건전하고 품격있는 도시로 발전하고 성장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지역사회 구성원 모두의 각성과 이를 극복할 수 있는 지혜와 관심, 참여가 필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