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산둥(山東)성의 한 하급 법원이 컴퓨터를 통해 형사 피고인의 형량을 신속하게 산정해 주는 소프트웨어를 개발, 이를 실제 재판에 활용한 것을 놓고 찬반 여론이 들끓고 있다고 베이징신보가 4일 보도했다.
 컴퓨터에 의한 형량 산정이 실제로 이뤄진 것은 지난 6월8일 산둥성 쯔보(淄博)시 쯔촨(淄川)구법원의 한 법정에서였다.
고의상해 혐의로 구속기소된 리(李)모 피고에 대한 사실심리가 끝나자 재판장은 컴퓨터 모니터에 ‘규범 형량 소프트웨어’ 시스템 초기 화면을 띄웠다. 여러 메뉴 가운데 ‘고의상해죄’를 선택한 다음 검색창에 ‘1인 경상’이라는 범죄사실을 입력하자 모니터에는 ‘유기징역 6개월’이라는 기준 형량이 나타났다.
 재판장이 다시 피해자의 부상 정도를 ‘10급 장애’라고 입력하자 컴퓨터에는 ‘징역 3개월 추가’가 나타났으며, 계속해서 ‘소환심문전 자수’와 ‘전액 자진 배상’ 등 정상참작 요건을 입력하자 ‘기준 형량에서 20% 감형’을 보여주었다.
 컴퓨터가 이 상황을 모두 종합해 최종적으로 ‘유기징역 5개월형’이라는 ‘판결’을 내리기까지 걸린 시간은 불과 3분이었다. 재판장은 그러나 피고가 흉기를 사용해 상해를 입혔다는 점을 중시해 컴퓨터가 제시한 형량보다 1개월 많은 유기징역 6개월을 선고했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검찰 등의 비판론자들은 “사건이라는 것은 천차만별인데 컴퓨터가 형량을 산정하는 것은 지나치게 독단적이고 기계적인 결과를 피하기 어렵다”, “컴퓨터가 형량을 산정하면 법관은 뭘 하라는 거냐”는 등의 힐문이 쏟아지고 있다.
 또 법률 전문가들은 “재판권은 공권력에 속하는 것이기 때문에 컴퓨터에 그 권리를 부여할 수 없고 그렇게 해도 된다는 법률적 근거도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다수의 시민들 역시 “법원에 법관 대신 몇 명의 소프트웨어 운영 기술자들만 있으면 되는 것 아니냐”고 비꼬고 있다.
 그러나 쯔촨구법원의 왕푸성(王福生) 부원장은 “그것은 우리의 취지를 오해한 것”이라면서 “컴퓨터에 의한 형량 산정은 법관의 과다한 자유재량권을 제한해 형평성을 확보하기 위한 보충 수단일 뿐 판결의 주체는 여전히 법관”이라고 설명했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