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나라가 ‘바다이야기’로 시끄럽다. 싱그러운 느낌을 던져주는 ‘바다’, 그러나 우리네 현실에서 바다는 더이상 푸르름이나 상쾌함을 주지못한다. 그저 온갖 구린내나는 비리와 특혜, 권력의 추악한 단면만을 보여줄 뿐이다.
 바다이야기는 그 구성 요인과 이야기 전개과정 모두 세인의 관심을 끌 수 밖에 없는 구조를 지니고 있다. 무엇보다 전 국민이 가장 관심을 갖고 있는 돈이 주제이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돈벌기 어려운 세상에 대박의 꿈을 이뤄낸 일부 도박게임 업자들의 성공기에 관심을 갖지 않을 사람들은 없을 것이다. 여기에 권력핵심부에서 나라를 좌지우지하던 인사들과 대통령의 인척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등장인물들이 나오며, 이들이 보여줬던 기적에 가까운 능력들을 전해듣다보면 마치 한편의 무협영화를 보는 것 같다.
 특히 이번 사태가 문화관광부 차관 경질이라는 권력내부의 사건이 모티브가 됐다는 점에서 국민적 관심은 좀체로 사그라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요즘 뉴스와 신문지상에 펼쳐지는 ‘바다이야기’ 논란은 그 사실성 여부와는 관계없이 잘 짜여진 드라마처럼 끝없이 시청자들을 모으고 있다. 비린내나는 권력의 뒷모습을 들춰내는 것 같은 사실성은 그 진실의 여부와 관계없이 스릴이 넘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개 장면을 바라보다보면 카타르시스를 느끼기보다 더욱 암울한 미래와 현실의 추악함 속에 좌절감만을 맛보게 마련이다. 바로 ‘바다이야기’는 나와 우리 이웃이 직면한 현실이기 때문이다.
 뚜렷한 희망없이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우리 소시민들은 ‘바다이야기’가 전해주는 대박의 달콤함에 한 번 발을 들여놓았다 도박의 늪에 빠졌다. 마치 전자오락실을 찾듯 손쉽게 들어선 결과는 그들에게 파멸만을 남긴 것이다.
 명절때 가족들과 즐겼던 고스톱 조차도 도박의 멍에를 쓰고 부끄러운 현대인의 자화상(?)으로 지탄받고, 온라인 게임에서 이름모를 사람과 고스톱 머니를 걸고 재미삼아 치는 인터넷 고스톱 조차 사행성 여부 논란에 눈총을 받고 있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이런 가운데 어떻게 바다이야기같은 도박게임이 양성화되고 버젓이 길거리에 간판을 내걸고 장사할 수 있었는 지 정말 궁금하다.
 바다이야기 같은 성인오락업은 이미 오래전부터 논란이 돼왔다. 김대중 정부 시절 내국인이 들어갈 수 있는 카지노 ‘강원랜드’ 설립을 두고 논란이 있을 때부터 성인오락실은 뜨거운 감자였다. 결국 당시 국민정서에 밀려 수면아래로 잦아들었다.
 그랬던 성인오락업이 이번 정권들어 수많은 이야기들을 남기고 마침내 합법화되고, 연간 수십조원의 매출을 올리는 대박사업으로 버젓이 자리를 굳힌 것이다.
 누구나 특혜와 비리의 개연성을 떠올릴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누구도 이번 사건과 관련 자신의 역할을 이야기하는 사람이 없다. 노무현 대통령은 조카의 연루설에 대해 ‘전혀 문제없다’며 엄정한 수사를 지시했다고 한다. 직간접적으로 거론됐던 청와대 안팎의 인사들 또한 자신의 연루설을 극구 부인하며 이번 사태의 정치적 해석을 경고하고 나섰다.
 우리네 힘없고 빽없는 국민들은 진실을 알고 싶어한다. 그래서 더욱 신문과 TV 뉴스에 눈과 귀를 기울이고 있는 것이다.
 이제 검찰이 본격수사에 착수한다고 한다. 허가 과정에서부터 성인오락실의 불법운영에 이르기까지 철저한 수사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다.
 이제 국민은 검찰의 입에 시선을 모을 것이다. 청와대와 여권인사들은 변명과 억울함을 호소할 것이 아니라 철저한 진실확인에 협조해야할 것이다. 그 길만이 그들에게 권력을 위임한 국민들의 쓰린 가슴을 조금이나마 달래줄 것이기 때문이다.
 참여정부의 임기는 앞으로 1년여를 남겨두고 있다. ‘바다이야기’에 남은 임기를 다 소진해서는 안된다. 이번 사건의 진실은 그래서 정부와 여권이 먼저 진실을 규명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이번 사태의 발단을 살펴보면 어차피 정치적 해석과 계산이 난무하게 마련이다. 그것을 탓하고 억울함을 호소하기 전에 여권은 스스로 책임지고 진실을 밝혀 그것을 철저히 단죄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자세가 필요하다. 지금 현 정권과 여권이 떳떳해 질 수 있는 유일하고 가장 빠른 길이 바로 그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