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지역 초·중·고등학교의 개학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보건당국이 지난 6월 수도권지역 학교급식에서 발생한 집단 식중독 사고의 원인을 규명하는 데 끝내 실패했다. 용인 A고 등 수도권지역 총 9개교 527명을 비롯, 전국적으로 32개 학교에서 2천800여명의 환자가 발생한 학교급식 대란은 영구 미해결 과제로 막을 내렸다. 수많은 학생과 학부모를 공포로 몰고 간 이번 급식사고는 피해자만 있고 가해자는 없는 영구미제 사건으로 오점을 남기게 됐다.
당국은 지난 두달동안의 역학조사를 통해 노로 바이러스를 병원체로 지목했고, 식중독 사고를 일으킨 여러 급식소에 공통적으로 공급된 한가지 채소도 확인했었다. 그러나 노로 바이러스 검사를 실시했지만 채소나 그것을 씻는데 사용한 지하수에서 끝내 검출되지 않아 사실상 식중독 원인규명에 실패했다고 공식화했다.
이번 발표는 사실 어느정도 예견된 결과다. 무엇보다 식품에서 바이러스를 배양하고 증식하는 데 기술적 장벽이 있고 보존된 음식재료 부족으로 바이러스 감염경로를 밝힐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이번 발표로 보건 당국은 미흡한 초기 대응과 노로 바이러스 감염에 따른 식중독에 대한 뾰족한 방지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 마땅했다. 원인규명에 실패한 결정적인 이유는 사고 발생 직후 일선 학교의 잘못된 대처에서 비롯됐다. 늑장 보고는 물론 문제 확대를 꺼려 학생 체변 검사에 비협조적이거나 남은 음식을 버리고 소독, 청소까지 해 역학조사를 어렵게 한 학교도 있었다.
원인도 모르고 책임질 곳도 없다. 뚜렷한 대책도 없이 사상 초유의 급식대란은 이렇게 영원히 미해결 과제로 남게 됐다. 충격적인 사건인데도 책임을 물을 데가 없게 된 것이다. 이번 단체 식중독 사건은 피해자만 있고 책임은 물을 곳이 없는 형국이 돼 버린 꼴이다. 이 때문에 학교급식 대란은 2학기가 되어도 계속 될 것 같다. 아이들의 점심은 2학기에도 도시락으로 끼니를 해결해야 할 것 같다. 그뿐인가. 급식 사고 원인 규명도 못하는 정부와 학교의 부진한 직영 전환 때문에 학부모 부담도 계속된다. 그동안 시간도 꽤 있었는데 왜 아직도 상황이 나아지지 않은 건지 정말로 한심하다.
집단 식중독 사태로 급식이 중단됐던 용인의 한 고등학교는 개학을 일주일 앞둔 지금도 급식업체를 정하지 못했다. 심지어 이미 일선 학교에서는 가정 통신문 등을 통해 도시락을 준비할 것을 통지한 곳도 있다. 이처럼 상당수 급식 중단 학교들이 업체 선정을 미루고 있다. 게다가 법까지 바꿔가면서 까지 대안으로 제시한 직영화는 유명무실한 상태이며, 내년 시행도 의문이다. 위생상의 책임에 대한 부담감과 학교와 학부모들의 참여도에 대한 여부가 가능한지 아직 가늠하지 못한 부분도 있다.
학부모들의 분노가 커진 것은 성장하는 학생들이 나태한 교육 행정과 보건 행정의 시행착오 시험대에 올랐기 때문이다. 대충하면 되겠지, 한 끼만 넘기면 되겠지 하는 안이함과 우리아이는 안 먹으니 아무렴 어떠냐는 이기적인 발상들이 없었던 것도 아니다. 학교급식에 대한 아이들의 생각이 어떤지, 또는 재료비는 얼마나 들어가는 지, 급식안전은 어떤 지에 대한 철저한 선행조사가 이뤄지지 않은 것은 행정의 잘못이라고 치부하기에는 너무 안타까운 일이다. 공부에 찌든 청소년들을 보면 분명 우리의 미래가 보이기 때문에 분노가 그만큼 더 한 것이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식이지만 이제라도 늦지 않았다. 방도가 없는 것도 아니다. 급식 안전을 위한 투자 기여는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더 없이 좋은 방법이며, 국민 건강을 책임지고 있는 보건당국이 필요한 기자재와 인원을 확충, 음식재료 공급과정을 수시로 점검해야 한다. 학생들과 학부모들은 영양이 좀 부족해도 안되고 값이 떨어진 식단도 안된다. 그리고 최소한의 정과 관심, 안전으로 채워진 급식을 원한다. 학교급식을 먹고 자란 우리 아이들이 훗날 부실급식이 아닌 사랑이 담긴 안전한 급식을 먹었노라고 떳떳하게 말하게 되는 사회가 오기를 갈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