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무마다 가을빛 가득 맞았네/석양의 매미들이 어지럽게 우네/물성을 깊이 느껴 노래하며/혼자서 오락가락 숲길 방황하네』

 『 광음을 헛되이 허송하고/내일이면 쉰한살 덧없음이네/한밤중 탄식한들 무슨 소용인가/마음을 갈고 닦아 여생보내리』

 조선 후기 영정조의 여류시인 정일당 강씨의 『 가을 매미소리 들으며』와 『 제석의 밤을 읊으며』의 시 두편이다. 강씨는 강희맹의 후손으로 강재수의 여식이며 단재 윤광연의 부인이다. 어려서부터 학문을 즐겨하여 출가후 바느질로 생계를 이으면서 남편을 도와 함께 공부하여 문명을 높였다. 서화에도 능하여 해서를 잘 썼다. 그의 시문에는 부녀자의 부덕과 생활규범 등에 대한 내용이 많고 사람들이 남편에게 글을 청하면 대신 지어준 것과 남편과 주고받은 서신들이 있다. 그의 별세 수년전의 글에 『 낭군께 올리는 글』이란 것이 있다.

 『 엎드려 문안 드리오니 병환중에 계신 몸 어제보다 어떠 하신지요. 회로부터 돌아오신 뒤 지으신 글에 좇아 말씀드리고자 하였사오나 비단 병은 나았다 하지만 정신이 어찔하고 눈이 어두운 가운데 길에서 흔들리시고 객고를 겪으신 끝에 옥체가 고단하셔서 혹 병환이나 나시지나 않았을까. 또 평상시처럼 손님이 많아 법석거리고 해서 마음이 어수선하여 병이 나시지나 않았을까 하고 여쭐 틈이 없을 것을 염려 했습니다』

 그의 사후 4년 뒤 남편 단재가 시문을 모아 『 정일당 유고』를 간행했으며 지금 성남시 금토동 청계산 기슭에 남편과 합장 함께 잠들어 있다. 묘소를 성남시는 향토유적 1호로 지정하여 보호한다.

 우리나라 옛 여인들의 시문을 보면 인고와 고독으로 점철된 애환의 여성사를 보는 듯 하다. 재녀 박복 박명하다고 해서 대개 비애와 가난속에 요절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일당은 한 가닥 그렇지 않아서 남편과 시문생활을 함께 했을 뿐 아니라 시어머니와도 시로써 대화를 주고 받는 등 화목하면서 60년이라는 비교적 오랜 수를 누렸다.

 성남시문화원이 정일당 강씨를 기리는 수상 후보자의 추천을 받고 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