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봉암과 진보당
   분단 전후, 미국과 소련에 기울지 않는 우리만의 정치적 노선을 걷다가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죽산 조봉암의 생애와 진보주의 정치 노선을 탐색한 책이 발간됐다.

 진보당의 조봉암은 1959년 7월 31일 서대문형무소에서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대법원이 재심 신청을 기각한 후 바로 하루만이었다. 당시 이승만 정권은 조봉암이 국군방첩대(HID) 소속으로 북한을 오가던 양명산을 통해 북한으로부터 지령과 자금을 받았다며 간첩죄를 뒤집어씌웠다. 이승만 정권의 대표적 조작사건이자 사법 살인으로 간주되는 이 사건은 지금까지도 그 진상이 규명되지 않고 있다.
 정태영의 ‘조봉암과 진보당’(후마니타스)은 역사의 뒤안길에 묻혀 있던 조봉암의 삶의 궤적을 되밟고 그가 추구했던 정치 이념을 탐색하고 있다. 진보당원으로서 직접 역사의 현장에서 활동했던 저자 정태영은 뒤늦게 진보당 연구에 매진, 조봉암과 진보당의 역사적 의미를 밝혀내고 있다.
 정태영은 이 책에서 조봉암이 진보당을 통해 추구했던 지향점이 비미비소(非美非蘇)의 한국적 제3의 길, 사회민주주의, 사회민주주의의 한국적 길이라고 풀이하고 있다. 저자는 가난한 민중의 삶을 보살피려 했던 조봉암과 진보당 같은 정치세력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저자는 조봉암과 진보당을 추앙하지는 않고 진보정당에 대한 비판도 서슴지 않는다. 반성을 통해 올바른 좌표를 제시하자는 것이 저자의 생각이다.

 조봉암과 진보당은 강령에서 “공산독재는 물론 자본가와 부패분자의 독재도 배격하고 진정한 민주주의 체제를 확립하여 책임 있는 혁신정치의 실현”을 기하겠다는 노선을 취해 이승만 정권에게는 큰 위협이었다.
 친공산주의도 친미·친자본주의도 아닌 조봉암의 현실주의적 진보 노선은 불행스럽게도 광폭한 전후 분단체제에서 수용될 여지가 없었다. 그러나 지금 탈냉전, 공산독재 체제의 붕괴, 신자유주의의 득세 등의 변화된 현실에서 조봉암에게 허락되지 않았던 진보주의가 우리 사회에서도 점차 대안으로 등장하고 있다. 때문에 새로운 정치적 대안을 찾기 위해 골몰하고 있는 우리에게 조봉암의 삶과 진보주의를 담은 이 책은 많은 점을 시사하고 있다. /조혁신기자 (블로그)mrp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