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석에서)-정명훈의 인천&아츠 APO재창단 공연
 ‘인천 & 아츠’ 핵심 프로그램인 마에스트로 정명훈의 지난 4일 공연을 놓고 인천시민들의 혹평이 잇따르고 있다.
 시민들은 “수십억 원의 예산을 들인 공연이 그 정도냐”, “옛날의 정명훈 모습이 아니다”, “인천이 지방이라고 성의를 보이지 않은 것이냐”는 불만을 봇물처럼 터뜨리고 있다.
 결론적으로 연주가 아예 형편없었다는 것은 아니지만 기대치에 크게 못미쳤으며, 투입한 예산에 비례하지 않은 공연을 보여줬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아시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APO)의 ‘창단 10주년 기념 콘서트’가 있었던 지난 4일 오후 7시39분 인천종합문예회관 대공연장. 관객의 환호 속에 등장한 정명훈은 세르게이 프로코피예프의 관현악 모음곡 ‘로미오와 줄리엣’으로 첫 연주를 시작했다. 이어 미국 작곡가 레너드 번스타인의 관현악 춤곡 ‘웨스트사이드 스토리’가 흘렀으며, 육성·피치카토(손가락으로 줄을 뜯는 주법)를 가미한 모리스 라벨의 ‘라 발스’가 끝을 장식했다.
 외양적으로 볼 때 정명훈의 이날 공연은 일부 관객들의 기립박수와 세 차례의 앵콜 요청을 받았지만, 프로그램 선정에서부터 연주에 이르기까지 몇몇 문제점을 드러냈다. 
 정명훈의 공연은 무엇보다 마란츠와 같은 양질 오디오의 볼륨을 키우고 줄이는 듯한 기계적 정교함은 있었으나 좀처럼 깊이가 느껴지지 않았다. 일반적으로 클래식음악이라고 하면 심연같은 깊이가 있어야 하고, 음악이 끝난 뒤에도 귓전에 여운이 감돌아야 하는데 그렇지 않았다는 것이다. 엄격한 규칙을 따르지 않는 20세기 현대음악이란 특성을 감안한다 하더라도, 이같은 선곡과 연주 때문에 일반인들이 정명훈, APO의 역량과 가능성을 제대로 갈파할 수 없었던 것은 물론 즉흥적·기교적이라는 이미지만 심어주고 말았다.
 한 관객은 “세계적 거장의 연주 치고는 너무 성의가 없었고, 공연을 본 뒤 인천을 쉽게 본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수십억 원의 시민 세금이 들어가는 인천 앤 아츠를 반드시 재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세계적인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인 ‘뉴욕필’이나 ‘베를린필’도 한 차례 초청 공연에 5억 원이면 충분한데 APO에 수십억 원을 지원한다는 게 말이 되냐”고 흥분했다.
 또 다른 관객은 “지휘자는 열정이 넘치고 단원들은 신명이 나야 제대로 된 사운드가 나오는데 이번 APO공연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며 ”APO가 인천 연고라고 하는데, 그 연고라는 것이 인천시민들에게 도대체 무엇을 준다는 의미냐”고 불만을 털어놨다. 그는 “적어도 연고라고 하면 인천에서 정착을 하면서 시민들에게 좋은 공연도 보여주고 음양으로 인천 음악발전에 기여를 해야하는 것 아니냐”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소리의 파뭍힘, 낮은 객석점유율 등 인천종합문예회관의 시설, 운영적인 측면에서의 문제점도 여전했다.
 전문콘서트홀은 물론, 자체 공간에 비례해서도 열악한 음향조건을 가진 대공연장은 소리를 뿜어내지 않고 자꾸 무대 속으로 집어삼키며 교감의 밀도를 떨어뜨렸다. 웬만한 시향보다 훨씬 많은 105명의 단원들이 내는 소리의 울림은 무대에서 객석을 간신히 넘는 것처럼 작게 다가왔다.
 클래식 음악계의 가장 큰 ‘티켓파워’를 가졌다는 정명훈이었음에도 불구, 객석이 군데 군데 비어있는 풍경 역시 연주내용을 떠나, 관객들로 하여금 연주자들에 대한 민망함을 느끼게까지 해줬다. 무대를 정면으로 볼 때 왼편인 ‘가’석에는 사람이 거의 없었는데 이는 인천종합문예회관의 고질적인 문제인 마케팅·홍보 부재와 연관이 있다.
 앞서 공연시작 전, 안상수 인천시장의 인사말과 내빈소개도 빈축을 샀다. 관객들은 예술공연에 굳이 시장이 직접 무대에 나와 인사를 하는 것이나, 곡해설도 아닌 연주회와는 관계 없는 시의원들을 소개하는 것에 대해 고개를 갸우뚱 하는 반응이었다. /김진국기자 (블로그)freebi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