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국제퍼포먼스 아트페스티벌
 형언하기 어려운 인간의 희로애락을 몸짓으로 만나게 됐다. 실험성이 가득한 전위예술, 퍼포먼스의 축제가 오는 4일∼7일 부천에서 펼쳐지는 것. 부천역사쇼핑몰 지하 만남의 광장에서 선보일 ‘2006 부천국제퍼포먼스아트페스티벌’은 ‘가자 영상의 도시 부천으로! 퍼포먼스는 영상의 도시 부천에서! 세계와 함께 하는 영상의 도시 부천 퍼포먼스!’란 슬로건으로 관객들을 찾아간다.
 이번 축제엔 부천의 퍼포머 홍오봉을 비롯해 도지호(김천), 강성숙(서울), 구희숙(원주)씨 등 국내 행위예술가들과 참신한 컨셉으로 무장한 인덕대팀(전지혜), 충북대팀(윤소라, 곽은미, 이슬기, 최은경)이 나온다. 스페인의 발렌틴 토렌스, 오스트레일리아 술이, 미국 리풀리 타오, 프랑스 살린, 일본의 야수오 후쿠로자카·히로미 시라이·니일 유미코, 타이완의 엘리엔, 타이랜드 툼뽕 아피수, 네팔의 아소카 등 해외 게스트들도 만날 수 있다.
 올해 페스티벌의 주제는 ‘영상과 퍼포먼스’인 만큼 퍼포먼스 자료전, 비디오 상영, 발표회, 토론회, 파티 등 퍼포먼스와 관련한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마련됐다.
 축제를 준비중인 홍오봉씨는 “이번 페스티벌은 영상 컨셉과 퍼포먼스 컨셉을 관계성을 밀도 있게 조합해 이 시대 최고의 미적 실험형식을 통한 새로운 모형을 부천 시민들에게 제공하는 데 있다”며 “부천을 사랑하는 마음과 예술혼이 퍼포먼스로 새롭게 디자인될 수 있도록 신체의 무차별 이동 행위를 통해 가공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축제는 예술과 삶의 간격 좁히기를 통한 공동체 사회의 기능회복과 예술의 국제교류를 통한 새로운 문화토대를 구축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를 위해 대중적인 어법을 적극 사용해 관객참여를 이끌어내고 과정성, 우연성, 즉흥성, 신체성, 실연성, 총체성, 일상성, 현장성, 소통성 등을 추구하고 있다. 4일 오후 3시 개막퍼포먼스발표회를 시작으로 6일까지 부천역사쇼핑몰 지하 만남의 광장에서 계속된다. 7일엔 중앙공원 야외무대로 옮겨 폐막공연을 가질 예정이다. 주요 출연자와 공연을 살펴본다.
 #홍오봉(Hong, O-Bong)의 ‘돈-퇴계 이황’
 자연과 인간 그리고 사회는 홍오봉이 나아가는 퍼포먼스 방향이다. 그는 초기엔 나뭇잎, 돌, 물고기 등을 이용, 자연이 지닌 본래 의미와 아름다움을 여러 가지 조형어법과 감정이입을 통해 펼쳐 보였다. 그러나 물질 만능주의에 의해 상실되는 인간성 문제에 부딪치며 음악·미술·무용·연극 등을 혼합, 인간을 주제로 하는 보다 대중적인 작품을 발표한다. 이번 작품은 1990년 중반에 들어 자연과 인간 더 나아가 복잡하게 얽혀있는 경제·환경 문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수많은 돈을 얼굴에 붙이고 다니는 행위나 “새가 죽으면 인간도 죽고, 새가 살면 인간도 산다.”라는 메시지로 천민자본주의로 흐르는 우리 사회를 날카롭게 꼬집는다. ‘돈-퇴계 이황’이란 명제는 1990년 중반부터 지금까지 주된 컨셉인 천민자본주의에 대한 하나의 반란이자 오랜 고민의 산물이다.
 #강성숙의 ‘내 안에 환희’.
 오랜 세월동안 인간은 신성한 초자아를 만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며 살아왔다. 그리고 지금은 신성한 초자아를 만나 환희에 차 있다. ‘내 안에 환희’는 이러한 나의 환희를 반영한 작품이다. 강성숙은 그간 ‘하늘로부터’라는 주제로 퍼포먼스를 여러 번 해왔다. 이번 작품은 삶에 충실한 인간과 신성한 초자아의 만남을 십자가 형상의 긴 막대기로 표출해 보인 것으로, 삶의 참의미와 가치 그리고 아름다움을 치열한 액션을 통해서 실연해 보인다. 그 안에 가득 찬 신성한 초자아에 대한 환희를 엿볼 수 있다.
 #전지혜의 ‘또 다른 사랑’
 전지혜는 늘 꿈을 꾼다. 하얀 날개를 달고 하늘 높이 올라가서 이 세상을 살펴보기도 하고, 가고 싶은 곳이면 어디든 가보고 싶은 그런 꿈을…, 또 왜 사람들은 새처럼 날개가 없는지 심히 고민도 해본다. 그는 늘 새의 아름다운 날개를 흠모하며 보다 넓은 세상을 동경해 왔다. 평소 “내가 알고 있는 모두를 사랑하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해 왔다. 전지혜는 “만일 나에게 날개 만 있다면 내가 알 수 없는 세상으로 날아가서, 그곳에 있는 모두를 사랑하고 싶다”고 말한다. 이번 작품은 그의 오랜 꿈의 발현이자, 하나의 이정표와 같다.
 #야수오. 후쿠로자카의 ‘허수아비’
 은유와 상징으로 가득한 ‘허수아비’는 거대 도시 오사카권(오사카, 교토, 고오베)에 살면서 치열한 생존 경쟁으로 망가져 가는 인간의 심성과 서서히 박재로 변신해 가는 인간의 가치에 대한 평소의 느낌에 일침을 가할 목적으로 가공된 퍼포먼스다. 이 작품은 퍼포먼스 어법이 잘 반영된 댄싱 퍼포먼스 작품으로, 오랜 자기 관리를 통해 완성된 그의 균형 잡힌 신체성과 그에 따른 환상적인 동선들이 관객들의 시선을 집중시킨다.
 #니일 유미코의 ‘하나아라시’
 ‘하나아라시’는 그 의미가 ‘꽃 폭풍’으로 가부장적인 사회 분위기 때문에 억압된 여성의 참의미와 가치를 열정적으로 증폭시키기 위해 고안된 작품이다. 이 작품은 여성에 대해 오만한 일본 남성 사회에 일침을 가할 의향으로 가공된 댄싱 퍼포먼스로, 일본의 독특한 춤 방식인 부토와 오사카권의 현대적인 요소가 열정적으로 혼합된 점이 하나의 큰 특징. 여성의 신체성에 잠재된 에너지가 분출된다.
 #알리엔 Z.H.의 ‘김치국수를 먹고 있는 히다로부터 닌자’
 알리엔에게 퍼포먼스는 하나의 언어이자 자연스럽게 ‘말하기’를 증폭시키는 하나의 도구다. 퍼포먼스는 그에게 내외적으로 반영돼 돌아오는 재인식된 언어와 어휘를 고취시킨다. 그에게 퍼포먼스를 실연해 보인다는 것은 균형 잡힌 ‘말하기’를 증대시키는 것으로, 그의 삶에 있어 중요한 하나의 키워드라 볼 수 있다. 평소에 말하기와 사유하기를 즐기는 알리엔은 이번 작품을 통해 평소의 방식대로 사유하는 퍼포먼스를 관객에게 던질 예정이다.
 #술리의 ‘청소하기’
 여성이 갖고 있는 부조리한 면면들, 이를테면 가사 노동으로부터의 해방을 강력히 토로하면서 가사 용품 등을 갖고 퍼포먼스를 펼치는 그의 액션은 여성 관객들에게는 인기 순위 1위를 기록할 가능성이 높다.
 #셀린 바케의 ‘불춤’
 신체에 불을 설치하고 현란한 몸 동선으로 다양한 댄싱을 토해내는 이 작품은 다소 위험하지만, 신체와 불이 만남을 통해서 이 시대를 살고 있는 현재의 신체성에 원시성으로 가득한 불을 혼합해 전혀 새로운 춤과 신체가 되도록 디자인했다.
 /김진국기자 (블로그)freebird